국제형사재판소장 “‘잔혹범죄’ 정의 구현이 모두의 임무”

이민준 기자 2023. 11. 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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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러 전쟁도 조사 중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ICC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세미나’에서 “잔혹한 범죄에 대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ICC의 원칙이자 임무”라고 했다.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법무부-국제형사재판소 고위급 공동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호프만스키 소장은 이날 “로마규정 채택 25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은 잔혹한 범죄에 대한 정의를 구현하고, 범죄 희생자를 지원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했다. 그는 “ICC 협력체계 강화와 더불어 더 많은 국가가 로마규정을 비준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며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참여율을 높일 방법을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로마규정은 ICC의 설립 근거가 된 규정으로, 1998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UN 외교회의에서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2002년 로마규정을 비준한 바 있다.

나자트 샤밈 ICC 차장검사는 “우크라이나 부차, 수단 다르푸르, 이스라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로힝야 등 분쟁지역의 이름이 비극의 동의어가 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상실과 고통을 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우리 정부가 ICC 운영에 기여한 점에 대한 감사도 이어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실비아 페르난데즈 ICC 당사국 의장은 “아태지역 당사국이 19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국이 보여준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는 “특히 송상현 전 재판소장은 재판관뿐만 아니라 재판소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며 “송 전 소장의 헌신과 노력을 비롯해 대한민국이 ICC에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장관은 개회사에서 “정창호 재판관 같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이 ICC 주요 직책을 수행하며 애써온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화답했다. 한 장관은 “반인륜적 중대범죄에 대응하고,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ICC와 함께 국제사회의 긴밀한 연대가 필수”라고 했다. 함께 참석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도 “ICC의 역할 확대에 대한 중요성에 공감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사법부는 ICC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ICC 출범 이래 송상현 전 재판소장, 정창호 재판관, 권오곤 전 당사국 의장 등을 배출했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ICC 재판관 선거엔 백기봉 변호사가 출마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ICC 분담금 납부액은 로마규정을 비준한 123개국 중 7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입국 19곳 중 2위라고 한다.

파디 엘 압달라 국제형사재판소(ICC) 대변인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ICC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세미나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개회식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파디 엘 압달라 ICC 대변인은 “전세계 모든 국가가 로마규정을 비준하는 것이 ICC의 목표”라고 했다. 압달라 대변인은 “현행 국제조약에 따르면 ICC는 로마규정을 비준한 당사국에서 발생한 범죄, 또는 당사국의 국민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 조사·기소가 가능하다”며 “이에 따르면 비당사국인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권 침해 문제 등은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UN 헌장 7조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ICC에 수사를 요청할 경우 조사와 기소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ICC 측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압달라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비준 당사국이 아니고 하마스도 국가가 아니지만, 팔레스타인이 로마규정을 비준해 ICC의 조사가 가능하다”며 “전쟁 발발 이전인 2021년부터 ICC 조사관이 분쟁과정에서 발생한 범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당사국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으로 범죄를 조사할 수 있는 관할권을 부여받았다”며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ICC는 지난 3월 1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와 우크라이나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 측은 호프만스키 소장 등 ICC 간부들을 지명수배하며 크게 반발했다.

이날 행사엔 호프만스키 소장, 정창호 재판관, 실비아 페르난데즈 당사국총회 의장 등 ICC 고위급 인사와 간조리크 담딘 몽골 대법원장,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한동훈 법무장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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