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뒤 돌아보지 않겠다?…서민 주거 사다리 ‘빌라 수난시대’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11. 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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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 1만건↓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에 빌라 기피 급증
빌라 매매 40% 줄때 아파트 30% 늘어
대규모 전세사기가 벌어진 서울 화곡동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 전경 [이충우 기자]
빌라에서 소형 아파트 월세로 이전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재계약을 하려면 공시가 하락과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 등으로 기존 보증금보다 보증금을 낮춰야 하지만, 이를 거절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빌라(다세대·다가구·연립)를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장기화 되고 있다. 서울 빌라 전월세 월간 거래량은 35개월 만에 최소치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 매매 거래량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4일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부동산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 빌라 매매 거래량은 6만9417가구로 지난해 동기보다 41.5% 감소했다. 이는 2006년 부동산거래통계(주택) 작성이 시작된 이후 1∼9월 기준 최저치다.

빌라 거래량은 2021년 1∼9월 18만8561가구였으나 작년 11만8664가구, 올해 6만호대로 급감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빌라 매매 거래량이 처음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주택 거래량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9월 16.4%로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작년 같은 기간(28.4%)보다 12%포인트나 낮아졌다.

이에 비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늘었다. 올해 1∼9월 31만6603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이 기간 전체 주택 거래량은 작년 동기보다 소폭(1.4%) 증가한 42만804가구를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는 35개월 만에 최소치를 보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지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8629가구로 2020년 11월(8381가구)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계속해서 매월 1만건 이상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 월 1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10월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10만933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10월 22만4495가구로 5% 늘었다. 특히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1∼10월 11만4962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1∼10월 기준) 이래 가장 많았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낮춰야 하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도 빌라 기피 현상의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 전무가들은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빌라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빌라가 전세사기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현재 공급자도 기피하고, 매수자·임차인도 기피하는 시장이 됐다고 진단한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빌라는 그동안 아파트 대체 주택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 빌라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하락하면서 결국 노후 불량 주택이 늘어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서울 다세대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은 1만3492가구로, 작년 동기(6만2530가구)보다 73.4% 줄었다. 1∼9월 착공 물량(3167가구)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4%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위한 안전장치가 없는 이상 전세 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임차인 안전장치 강화를 위해선 경매 때 임대보증금의 배당 순위가 국세·지방세보다 앞서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경매 때는 기본적으로 경매 비용,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과 최우선 임금채권, 국세·지방세, 임차보증금 순으로 배당이 이뤄진다.

전세사기 피해 방지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올해 4월 1일 이후 국세, 5월 4일 이후 지방세부터는 확정일자보다 늦게 발생한 세금에 한해서는 세금보다 전세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세, 지방세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 이전이라면 보호받기 어렵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선순위 권리가 있는 빌라는 전세계약을 막고, 선순위 권리나 근저당권이 없는 빌라에는 매매가의 일정 비율 이상은 전세금으로 받을 수 없도록 캡을 씌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리 분석 어느 정도 가능한 아파트와 달리 빌라의 경우 자신보다 선순위인 임차인이 얼마나 있는지, 보증금 총액은 얼마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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