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규정' 채택 25주년…정부·대법·ICC "잔혹범죄 종식"
김상환 "ICC 창설은 인류사에서 의미 있는 진일보"
한국 2002년 가입 후 송상현·권오곤·정창호 등 ICC 활동 활발
푸틴 체포영장 발부 등 국제적 이목 끌었지만 실제 권한은 제한적
미국·중국은 당사국도 아냐…이스라엘도 제외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14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생명과 인권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ICC(국제형사재판소)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역량과 지혜가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로마규정 채택 25주년을 맞이해 법무부·대법원·외교부가 ICC와 함께 개최한 'ICC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세미나' 개회사에서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ICC와 아·태 국가 지역 네트워크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내 로마규정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더 증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ICC는 1998년 채택된 로마규정에 따라 2003년 출범한 인류 첫 상설 국제재판소다. 개인의 국제 형사 범죄를 재판하는 곳으로, 국가나 군부 등 집단에 대해서는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은 2002년 로마규정에 가입한 이후 송상현 전 ICC 소장, 권오곤 전 당사국 총회의장, 정창호 전 ICC 재판관을 배출했고 12월 ICC 재판관 선거에는 백기봉 변호사가 출마할 예정이다. 분담금 규모도 118억 5천만 원으로 전체 7위,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대한민국은 2000년 로마규정에 서명하고 2002년 비준 이후 20년간 확대 이행에 노력하고 있다"며 "생색 내는 건 아니지만 아태 지역에서 두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도 "ICC 창설은 인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진일보"라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잔혹 범죄를 막기 위해 ICC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범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국가를 당사국으로 확보해야 하고,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존 당사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이 언급한 '보편성'이란 ICC가 중대범죄를 효율적으로 처벌하는 재판소가 될 수 있도록 당사국 수 확대를 통한 보편적 관할권을 행사하여 국제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원칙이다.
현재 로마규정에 서명한 국가는 123개국으로 전세계 국가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집단살해죄, 비인도적인 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을 처벌대상으로 하고 비당사국 국적의 개인에 대해서도 당사국 영토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ICC 관할권의 대상이 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나 이스라엘 등도 서명하지 않아 전쟁범죄 조사와 기소, 처벌까지 현실적 한계가 크다.
이에 대해 파디 엘 압달라 ICC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로마규정 비준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엔(United Nations) 헌장 제7장에 따라 비당사국에 대해서도 조약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헌장 제7장은 유엔의 무력 사용 원칙 등을 규정한 조항이다. 이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는 자체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병력의 사용을 수반하지 않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고 유엔 회원국들에게 그런 조치를 적용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는 ICC가 조사 중에 있고, 최근 알시파 병원 폭격 역시 당사국인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논의에 따라 관할권이 적용될 수도 있다.
압달라 대변인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ICC는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예로 들며 "국제법 원칙에 따라 집단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국가 수장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면책 특권은 주어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ICC는 지난 3월 푸틴이 전쟁 범죄에 책임이 있으며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불법 이주시켰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대상은 40명에 달한다.
다만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탈북민 고문에 대해서는 "비당사국에서 행해진 비당사국 국민에 의한 범죄는 원칙적으로 관할권을 갖지 못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한 장관 외에도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ICC 재판소장, 정창호 ICC 재판관 등이 참석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개회사에서 "잔혹 범죄에 대해 정의를 구현하고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 모두의 임무"라며 "궁극적으로 여러분의 노력과 법치, 책임은 ICC와 동일한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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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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