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업체들 “정부 정책 믿고 사업한 것 후회…줄도산 위기”

환경부, 종이빨대 업체 지원방안 관계부처와 협의 중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한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 등이 정부의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무기한 연기에 항의하며 종이빨대 완제품을 바닥에 쏟고 있다. 뉴시스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사업한 것이 후회된다”며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무기한 연기 철회와 종이빨대 제조 및 판매업체의 생존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13일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는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플라스틱 빨대를 써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는 사회 분위기 형성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그 결과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소상공인들은 판로가 끊기고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연장을 철회하고 종이 빨대 업체 생존을 보장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내 종이 빨대 업체가 줄도산하고 산업이 무너지면 나중에 품질이 낮은 수입산 빨대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국민 건강만 위협받게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종이 빨대에 불편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안다”며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사용성이 우수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과 생태계에 끼치는 문제를 줄이고자 대체제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종이 빨대를 보완해 플라스틱 빨대보다 우수한 제품이 되도록 연구개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화 네이처페이지 대표는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사업에 투자한 것이 후회된다”며 “나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은 어떻게 할지, 은행 대출금은 어떻게 갚을지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아성산업 대표는 “종이 빨대 완제품과 원자재는 종이 쓰레기가 됐고, 100평이 넘는 공장도 쓰레기 보관소가 됐다”며 “종이 빨대 재고가 1000만 개나 돼 더 생산할 수는 없고 이에 10명이 넘는 직원들도 더는 함께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에 납품 중이라는 종이 빨대 업체 대표는 “스타벅스를 제외하고는 구매처가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9~10월에 종이 빨대를 주문했다가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을 연장할 분위기가 보이자 주문을 취소하거나 추가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는 종이 빨대 업체 지원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와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이날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들과도 만나 플라스틱 빨대는 소비자가 요청할 때만 제공하고 매장 내 소비자 눈에 보이는 곳에는 종이 빨대만 비치해달라고 당부했는데 협의회는 “생사 기로에 내몰린 종이 빨대 업체 실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