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에 인색한 K리그?’ 클린스만 주장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K리그는 젊은 선수에게 인색한 무대인가.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59)은 지난 13일 취재진과 만나 “18살의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K리그에서 있었다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베테랑을 선호하는 K리그 기조에서 젊은 선수가 발굴되지 않으니 대표팀의 새 얼굴 찾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최근 4강 진출에 성공한 20세 이하(U-20) 월드컵 멤버들이 뛰는 것도 보기 힘들다고 곁들인 그의 주장은 금세 K리그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경험을 중시하는 국내 사정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있었고, K리그를 알지 못하면서 현장을 살펴보지도 않는 이방인의 섣부른 의견이라는 질타까지 설왕설래가 멈추지 않고 있다.
본지는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의 협조 아래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했다.
보통 각국이 젊은 피의 기준으로 여기는 21세(U-21) 이하 선수의 출전시간을 전체 선수의 출전시간 대비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한국, 중국, 일본 등 7개국을 살폈다. 유럽과 동아시아는 시즌의 시작이 서로 다르지만 비율(%)을 따진다면 큰 문제없이 어린 선수에게 얼마나 문이 열렸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만 본다면 클린스만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영국(9.6%)과 스페인(9.9%), 이탈리아(10.1%), 독일(9.9%) 등 유럽 4대리그는 10% 안팎의 비율을 보였다. 반대로 동아시아에선 한국이 6.6%로 가장 높았을 뿐 중국(1.9%)과 일본(4.4%)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 축구연구소(CIES)가 2022년 1월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28.23세로 중국(28.65세)에 이어 높은 편이라는 점에서 베테랑 위주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축구 전문가들은 통계를 통해 각국을 비교할 땐 리그별 특성까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에 따라 각국의 젊은 피가 뛰는 비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국 선수의 U-21 출전 비율을 비교해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 4대리그가 소폭 늘거나 그대로인 반면 한국은 그 비율이 6.6%에서 9.4%로 크게 뛰면서 격차를 좁혔다. 최소한 클린스만 감독이 자랑했던 독일(10.2%)보다 한국이 젊은 피를 키우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준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K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감독은 그 원인을 2012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도입된 22세 이하(U-22) 의무 출전 규정에서 찾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U-22 선수가 최소 1명 선발 출전하고, 1명은 교체 투입되어야 5장의 엔트리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는 “과거에는 분명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처럼 어린 선수가 발굴되기 힘들었지만 이 제도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U-23 축구대표팀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또 다른 감독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예로 들었는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나 정상빈(미네소타), 고영준(포항) 같은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기회를 얻은 것도 생각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만 바라볼 게 아니라 K리그 현장을 더 자주 찾아준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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