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이런 일이…” 대한뉴스 속 제주 사건 발췌·이면 이야기도 공개
도홈페이지에 공개 ‘제주의 관점’ 해설자료도
“지난 9월15일 제주도 동쪽 소섬에 비행기와 더불어 소희언, 고우종 두 중공 비행사가 자유를 찾아 악천후를 무릅쓰고 결사적으로 귀순해 왔습니다. 소희언 조종사는 지난 날 중공군 소위로서 근무 중 당시 중공의 정풍운동과 농민생활의 참상에 대해서 불평을 말한 것이 원인이 되어 사상 불순자로 인정받아 오던 중 지난 15일 평소의 반감이 폭발해서 자유진영으로 귀순할 것을 결심하고 시험비행을 구실로 중공권토를 탈출했던 것입니다. 그는 바로 서울로 향하려 했으나 서울이 휴전선에 접근해 있기때문에 동남방으로 비행해서 이날 7시경 제주도 소섬에 내리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소낙비를 맞으면서 상륙장치의 사정을 설명하는 그들은 퍽 명랑해 보였습니다….”
이는 1961년 9월22일 방송된 대한뉴스 제332호에서 보도된 내용으로, 같은 해 9월15일 중공 민간비행기가 제주의 부속도서인 우도(소섬)에 불시착한 사건을 다뤘다.
이 뉴스는 당시 냉정체제 아래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난생 처음 불시착하는 비행기를 발견한 우도 주민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중공 비행사들에게 따듯한 밥과 고기로 식사를 마련해 제공했다.
제주도가 한국정책방송원(KTV)에서 관리하는 대한뉴스 중 제주 관련 내용을 추려 해설자료와 함께 제주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제주도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은 대한뉴스 중에서도 1950년에서 1970년까지 생산한 뉴스 자료 9편이다.
대한뉴스는 과거 공보처 산하 국립영상제작소에서 제작한 국정홍보 동영상이다. 현재와 같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뉴스가 실시간으로 생산되고 접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던 만큼 대한뉴스는 현대사의 중요 사건을 담은 영상기록으로 가치를 갖고 있다. 다만 국정 홍보가 목적인데다 ‘중앙정부의 시선’으로 쓰여진 뉴스라는 한계도 있다.
제주도는 이같은 대한뉴스 속 제주의 사건을 중앙이 아닌 ‘제주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한 해설자료와 함께 올렸다. 해설자료에는 당시 뉴스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제주도지사의 역할이나 사건 이면의 숨은 이야기, 사건이 지역에 미친 영향 등을 담았다.
1959년 8월9일 방송된 대한뉴스 제226호를 보면 서울대 교수 등 95명으로 꾸려진 제주도종합학술조사단이 같은해 7월25일 제주를 찾아 17일 동안 전역을 돌며 지역의 지리, 생물, 고적, 풍습, 언어 등 여러 방면의 조사 연구를 실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광복 이후 최초로 실시된 대규모 학술조사다.
당시 뉴스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학술조사단은 제주에서 장한철의 표해록을 발굴하고 번역해 널리 알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표해록은 조선 후기 영조 때 제주출신 선비였던 장한철이 과거를 보러 배를 탔다가 폭풍을 만나 표류해 귀국하기까지의 경험을 쓴 일기체 형식의 작품(1771년)으로 당시 학술조사단이 한문 필사본을 장한철의 후손에게서 발굴했다.
또 제주에서 처음 열린 탐라미녀대회(대한뉴스 제384호) 뉴스를 통해 당시 미인대회가 제주사회에 끼친 영향과 대회를 열었던 제주지사의 의도 등이 해설자료에 담겼다. 이외에도 해녀 잠수대회가 지역에 끼친 영향과 학자들의 해석(제582호), 대통령이 제주로 보낸 기차의 행방(제1184호), 중앙 인사의 제주방문 목적과 영향(제84호, 제304호, 제331호), 5·16도로 기공식에서의 도지사 연설문(제358호)에 관한 자료 등도 있다.
해당 자료들은 제주도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공개, 기록관, 대한뉴스로 보는 제주역사로 들어가면 된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대한뉴스를 ‘제주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은 도지사의 역할과 보도 이면의 숨은 이야기를 자체 인력을 활용해 기록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수집 민간기록물을 활용해 1952년 11월15~16일 열린 제1회 전도체육대회 사진으로 1950년대 행정 역사를 스토리텔링한 자료도 공개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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