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조정 신호 커진다…매물 쌓이고 강남도 하락거래
최근 석달간 노원 607건, 강남도 280건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호가가 떨어지지 않은 지역은 거래가 끊기고 매물이 쌓인다. 시장 형태만 보자면 조정 국면에 진입한 모양새다. 금리인하, 경기회복 등 경제 여건이 급반전하지 않는이상 향후 2~3년간 조정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0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992건이다. 아직 신고기한이 2주가량 남았지만 4월 이래 6개월간 유지된 3000건대 거래량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거래가 줄면서 시장에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864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1월 1일 5만513건에 비해 35% 증가한 수치다.
직전 최고가 대비 떨어진 가격으로 이뤄지는 하락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부동산실거래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서울 노원은 최근 3개월간 635건이 거래됐는데 이중 607건이 직전 최고가 대비 10~40% 떨어진 하락거래였다. 40% 이상 떨어진 거래도 10건에 달했다. 노원 월계주공2단지 아파트는 직전 최고가 대비 51%까지 떨어진 가격으로 지난 9월 거래됐다. 같은 기간 송파는 573건 거래 가운데 444건, 강남도 465건 거래 중 280건이 10~40% 하락거래였다. 강남구 도곡동 쌍용예가,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에서 지난 9~10월 이뤄진 거래도 최고가 대비 40% 떨어진 가격이었다.
아직까지 하락 거래가 대세라고 보긴 어렵지만,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둔화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업계 중론이다. 11월 첫째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전주 0.07%에서 0.05%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노원구와 강북구는 각각 -0.01%로 하락으로 돌아섰고 강남도 꾸준히 이어지던 상승세가 멈춰 지난 주 매매가격 변동률이 0.00%를 기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추석 이후 4주 연속 전국 집값이 떨어지고, 매물이 늘어나며 청약시장도 좋지 않은 점을 종합해보면 시장 열기가 꺾인 게 맞다”고 말했다.
‘집값 여전히 높다’ 상투 피하려는 수요자들
더블딥은 아직…“조정 국면 3년 이어질 수도”
이러한 거래 위축은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택 수요자는 집값이 오를 기대감이 낮으니 매수를 유예하고 집주인은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 서둘러 매물로 내놓으면서 집주인과 잠재적 매수자 사이 줄다리기 게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주택사업자들이 보는 시장 전망은 좋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주택사업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1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8.8로 전월 대비 18.9 포인트 하락했다. 전망지수가 100 아래라는 것은 주택사업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긍정적보다 부정적으로 더 많이 내다본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선 영향도 있다. 정부는 소득기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출해 주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대상을 9월말부터 연 소득 1억원 이하 차주와 주택가격 6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등 최근 대출을 죄고 있다.
정부는 차주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할 것을 은행들에 요청한 상태여서 향후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자금줄은 더 죄여질 가능성이 크다.
호가에 여전히 버블이 껴있다는 시장 판단도 거래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대부분 지역은 전고점이 10억원인 경우, 올 1월 7~8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여름을 거쳐 다시 9억원까지 오른 상태”라며 “가뜩이나 고금리에 경기가 좋지 않은데 매수자 입장에선 가격 부담까지 있어서 추격 매수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13~6.43%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 부동산은 상승보다는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김인만 소장은 “집값이 바닥을 치고 올랐다가 또 떨어지는 ‘더블딥’이 지나가야 조정기가 종료되는데, 지금은 바닥도 아직 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 앞으로 2~3년은 시장 조정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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