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잠자는 교실 2편]에듀테크로 수업 깨운다?…"참여도 오히려 저하" 통계도
[EBS 뉴스12]
학생 태반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잠자는 교실을 깨우기 위해, 교육부가 준비하는 대표적인 대책이 바로 에듀테크입니다.
디지털 기술과 교육을 융합해, 수준별 맞춤형 수업으로 바꾸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진 사상 첫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기대는 완전히 빗나갈 것 같습니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 학생 참여도와는 별 상관이 없고,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학생 참여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2025년 전면 도입되는 디지털 교과서를 먼저 활용하고 있는 시범학교.
수업 때 배운 내용이 곧바로 문제로 나오고, 틀리면 인공 지능이 추천하는 강의가 제공됩니다.
이렇게 쌓인 학습 이력은 빅데이터로 정리돼 교사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같은 에듀테크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점차 늘려간다는 구상입니다.
교사 한 명이 여러 학생에게 '1대 다'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잠자는 교실'을 만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에듀테크 수업은 교실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정부가 고등학생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학생들의 수업 참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 강의식 수업보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교과 수업에서 에듀테크 활용 여부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에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특히 수학과 사회 수업에선, 효과가 더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박주형 교수 / 경인교대 교육학과(정책연구 책임자)
"고등학교 단계에서 에듀테크 활용 수업이 학생들의 어떤 교과적인 측면에서 완전히 연결된 수준으로 발전 단계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학생들이 얘기하는 게 학원처럼 강의하는 소위 말하는 강의식 수업을 잘해주는 선생님이 너무 좋다는 부류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교사들 역시, 학습 훈련이 되지 않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게 되면 역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거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인터뷰: 홍인기 정책위원 / 좋은교사운동
"아이들이 일찍 스마트폰, 여러 디바이스를 접하면서 너무나 많이 이것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학교에서조차 디지털 디바이스의 노출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중요한 토론들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룹별 심층 면접(FGI) 결과, 특히 대학 입시 제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 고등학교에선 에듀테크 수업을 전면 확대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에듀테크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특히 AI, 에듀테크를 이용해서 교육 현장을 바꿔보려고 하는 건 실제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안 된 거예요.
오는 2025년 디지털교과서가 전면 도입되고, 전국 17개 교육청에서도 에듀테크 확대를 필수 과제로 삼은 상황.
기술을 만병통치약으로 보기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이끌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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