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RE100은 선택 아닌 필수”… SK에코플랜트 ‘에너지 밸류체인 현장’ 가보니
창원그린에너지센터, 재생에너지 공급으로 중소기업 RE100 지원도
SK오션플랜트,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아시아 1위로 ‘우뚝’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 가격은 계속 떨어질겁니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따로 들지 않고, 15~20년 고정가격으로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을 신경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지원사업은 단순히 에너지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돌파구가 되는 열쇠 역할을 할 겁니다” (오승환 SK에코플랜트 분산에너지사업 담당임원)
지난 9일 김해공항에서 차로 40분 가량 이동하자 도착한 경상남도 창원시 북면의 동전일반산업단지. 단지 안에 있는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는 축구장 하나 남짓한 크기였지만 내부에는 태양광을 비롯해 전기를 저장하는 ESS, 수소연료전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수전해기 등 설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센터 2층의 통합관제센터에는 한쪽 벽면 전체에 신재생에너지 수요 및 공급 현황을 볼 수 있는 디지털 화면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이 곳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창원국가산단 내 4곳의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공급된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는 국내 최초의 산업단지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생산한 재생에너지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다수의 수요처와 1:N 방식으로 직접 전력거래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맺어 공급한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태양광 에너지는 kwh당 170~180원에 거래되는데, 센터에서 생산해 PPA 방식으로 공급되는 에너지는 kwh당 1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센터 부지에 설치한 네모 반듯한 모양의 연료전지 덕분인데, 낮 동안 생산하고 저장해둔 전기를 전력시장에 공급하고 판매수익을 활용해 전기료 부담을 낮춘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소·중견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비용 부담 절감뿐 아니라 ‘RE100′ 이행의 고민도 덜 수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는 글로벌 캠페인이지만 최근들어 자사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넘어 공급망 전체에도 탈탄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활용을 요구하는 추세다.
이날 현장에는 창원국가산단 내 건설기계, 중장비 관련 부품 제조 수출기업인 현대정밀의 오정석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현대정밀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볼보의 1차 협력사로, RE100 이행을 요구받아 왔다.
오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3년 전부터 태양광 설비를 자체적으로 투자하려고 준비했지만 투자 대비 효용이 크지 않아 고민했었다”며 “프로젝트를 통해 화석연료를 쓸 때와 비슷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고, 무엇보다 RE100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중소기업 입장으로서는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센터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활성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플랫폼 기반으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기반의 전력중개사업도 추진 중이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경남 고성군 동해면의 SK오션플랜트의 기자재 생산공장이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아시아 1위를 차지한 SK오션플랜트의 제1야드다.
부지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굴렁쇠’ 같은 모양의 커다란 강관 수십개가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께가 최대 15㎝에 달하는 대형 강판을 J형에서 C형으로, 이어 완벽한 O형으로 구부리는 JCO 공정도 한창 진행중이었다.
이 강관은 SK오션플랜트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인 ‘재킷’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재킷 제작의 기본이 되는 강관은 두꺼운 철판을 구부려 만든 초대형 산업용 파이프 기술력이 핵심인데, SK오션플랜트는 지난 2000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최초로 국산화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시장 성장세가 큰 대만 시장에서 44%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아시아 1위, 전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명우 SK오션플랜트 풍력생산본부장은 “용접 과정에서 미세한 공극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재킷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부식 최소화가 필요한 만큼 초음파, 마그네틱 등 촘촘한 품질 검사 과정을 거쳐 통과한 강관만 재킷 제조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1야드에서 차로 15분 정도 이동하자 51만m² 규모의 제2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1야드에서 생산한 강관을 조립, 용접해 재킷으로 총조하고 배에 실어 수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부분의 높이만 기본 40m가 넘을 정도로 거대한 재킷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전명우 본부장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해상풍력 재킷은 100% 수출됐고, 이번에 제작한 것도 대만으로 수출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SK오션플랜트는 고정식 해상풍력이 아닌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 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부유식 해상풍력 적용을 위한 K-부유체를 개발해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도 획득했다.
김순종 SK오션플랜트 전략기획센터 센터장은 “고정식은 한 재킷에 8~10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부유식은 12MW까지 생산할 수 있다”며 “더 먼 바다로 나가야 강한 바람이 불고 민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데, 그렇게 되려면 부유식으로 갈 수 밖에 없어 해외에서도 우리를 주목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몰려드는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157만㎡ 규모의 제3야드를 건설하고 있다. 기존 1,2야드를 합친 넓이보다 1.7배 이상 크다. 국내 해상풍력 핵심 기자재 기업 24곳과 함께 외주 제작 체계도 구축했는데, 사외 제작 부지 확보 면적은 185만m²에 이른다.
이승철 SK오션플랜트 대표는 “SK에코플랜트의 최종 목적은 그린수소를 만들어 저장과 수송을 용이하게끔 하는 게 이제 최종 목표”라며 “해상풍력은 중요한 축이며 SK오션플랜트는 이러한 해상풍력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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