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명품, 고치지도 못하나?…“리폼업자, 루이비통에 1500만원 내라” 판결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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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거나 다른 형태의 물건으로 재창조하는 '리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A씨는 루이비통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된다"며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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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제품당 10만~70만원 받아
법원 “리폼 제품도 상품, 상표권 침해한 것”
판결에 소비자들 비판적 반응 쏟아져
“물건값에 지적재산권 로열티 포함된 것”
“가방 산 사람이 고쳐쓴다고 또 로열티 내란 말인가”
명품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거나 다른 형태의 물건으로 재창조하는 ‘리폼’. 연예인들도 옷장 안에 묵혀뒀던 명품 옷이나 가방을 재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명품 리폼은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방치된 물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자유롭게 리폼을 할 수 없게 됐다. 명품 제품 리폼이 ‘상표권 침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A씨는 루이비통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된다”며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7∼2021년 고객이 리폼을 의뢰한 가방 원단으로 지갑과 다른 모양의 가방을 제작했다. 제작비는 제품 1개당 10만~70만원을 받았다.
루이비통 측은 A씨의 리폼 행위가 자사의 상표 출처표시와 품질보증 기능을 저해한다고 판단,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다.
그렇다면 상표권을 침해하는 건 어떤 경우일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타인이 등록한 상표의 경우 상표등록 당시 사용이 허용된 ‘지정상품’에만 사용이 가능하며, ‘유사한 상품’에는 쓸 수 없다.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등록 당시 ‘지정상품’이 아닌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면 안된다.
A씨는 리폼 제품이 상표법상 ‘상품’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품이 갖춰야할 ▲양산성 ▲유통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산성은 같은 형태의 물건을 반복해서 생산하는 것이다. 유통성은 생산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교환과 분배를 거치는 과정을 일컫는다.
특히 A씨는 가방 소유자가 리폼 제품을 루이비통의 원제품으로 혼동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상표의 사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리폼 제품이 교환가치가 있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이상 상표법상 상품으로 봐야 한다”며 “제품이 유통되지 않았고 양산성이 없다고 해도 상표의 출처표시기능은 보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의 고객이 제품의 출처를 오인하지는 않겠지만, 리폼 제품을 본 제3자 등 일반 소비자는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A씨는 루이비통의 상표를 사용한 게 맞다”고 루이비통 측의 손을 들어줬다.
리폼도 ‘상표를 사용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A씨가 루이비통의 오래된 제품을 구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의뢰를 받고 그가 직접 사용할 제품을 제작해줬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내가 돈 주고 산 가방을 마음대로 고치지도 못한다고?”, “승용차를 리폼하는 행위도 불법인가”, “명품은 예술작품이 아닌 공산품이다”, “오래된 명품을 수선해 쓰지도 못한다면 루이비통이 중고를 다 구매해줘야 할 듯”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전문가도 해당 판결을 비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릎이 닳은 바지 잘라서 반바지로 만들어 입으면 바지제조사에 로열티 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처음 물건을 팔 때 그 물건에 깃든 지적재산권에 대해 로열티를 받았다면 그 물건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소진된 것”이라며 “루이비통이 처음 가방을 만들어 팔 때 자신의 상표에 대한 가치를 포함해서 물건값을 받았기에, 이 가방을 산 사람이 고쳐쓴다고 해서 또 로열티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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