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밀어내기 분양에도 청약시장 '냉기'…될 곳만 된다

김진수 2023. 11. 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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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청약' 잦아들며 청약경쟁률 낮아져
분상제 적용 강남 '더 싸다' 관심 집중

이달에만 전국 5만가구 공급이 예정된 가운데 최근 '청약불패' 공식에도 금이 가고 있다. 연말 밀어내기 분양에도 청약 수요자들의 심리는 얼어붙었다.

수요자들은 '묻지마 청약' 대신 청약 접수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달 서울 도봉구에서 분양한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8대1에 그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가 분양시장 전반에 만연하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분양 단지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na/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당첨될까 두려워'…미분양 공략도 방법?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달 분양 물량은 56개 단지, 4만9944가구에 이른다. 1년 전보다 35% 증가한 규모다. 일반분양 가구도 지난해 11월 2만5518가구에서 이달 3만9797가구로 56% 늘었다. 문제는 공급이 늘었지만 물량을 받아낼 수요자가 있느냐 여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10월 이후 기존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 상승폭도 둔화되면서 청약 수요자들도 신중해지기 시작했다"며 "고분양가와 더불어 고금리, 소비위축 등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다들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청약률은 높지만 계약률이 따라주지 못하는 '디커플링' 현상이나 아주 좋은 사업지에만 수요자가 몰리는 청약시장 양극화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주택시장의 위축이 신규 분양시장 냉각으로 연결되는 모습도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형성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 심리가 강해지면서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청약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입주 시점이 되면 지금보다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만연한 상황에서 청약 성적이 잘 나오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미분양 물량을 공략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갈수록 분양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규 청약만을 노리기보다는 기존 미분양 물량 중 '옥석가리기'를 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사진=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그래도 될 곳(분양가 상한제 단지)은 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는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2만7118가구(일반분양 1만9431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서울 물량은 3087가구(일반 1419가구) 수준이다. 분양을 앞둔 서울 단지로는 송파구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 강남구 '래미안레벤투스' 등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고분양가로 전반적인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건 맞지만 그 와중에도 입지가 좋고 저렴한 곳은 잘 나간다"며 "서울에 분양 예정인 단지는 워낙 수요가 높은 지역이고 분양가도 적정한 수준이라 양호한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의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3일 진행한 특별공급 130가구 모집에 1만4058명이 접수했다. 단순 경쟁률은 약 108대 1이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3582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분양한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의 평균 분양가(355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관련기사: 첫 강남 분양 '사이버 견본주택'만 보세요…'이유 있는 자신감'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올해 첫 강남3구 분양단지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문정이 흥행한다면 내년 서울 분양물량도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수민 위원도 "원자재가격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 분양시장은 분상제가 적용됐느냐 아니냐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최근 분양한 도봉구 도봉금호어울림파크,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등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점도 입지, 분양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도봉금호어울림파크는 84타입, 이문아이파크자이는 59와 84타입에서 1순위 마감 실패가 나왔다.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는 1순위 청약에서 68가구 모집에 551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8대1 수준에 그쳤다.
▷관련기사: '13억은 비싸지' 이문아이파크자이 청약 저조…'철산'은 1순위 마감

다만 김웅식 연구원은 "도봉이나 이문은 비교적 서울에서 선호도가 낮은 입지인데 이문은 특히 이례적으로 물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보였을 뿐 결국 완판할 것"이라며 "두 곳과 입지가 비슷한 청계는 일부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문정, 강남 래미안 청약엔 큰 영향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내년 서울 입주물량이 쪼그라들면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9841가구로 나타났다. 연간 입주물량이 1만가구를 밑도는 건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김웅식 연구원은 "입주물량이 적어지면 전세가격이 상승해 매매가격을 띄울 수 있다"며 "매매가격이 높아지면 청약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랩장도 "공급 감소가 청약 수요자들로 하여금 신축에 대한 선호를 높일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내년 분양시장은 고금리와 고분양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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