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만에 문 활짝 연 경복궁 계조당…조선 왕세자를 만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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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왕의 후계자, 즉 다음 왕위 계승자를 정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은 국가의 큰 행사였다.
조선시대 왕세자의 집무 공간이자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장소인 경복궁 계조당이 문을 활짝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이달 15일부터 12월 18일까지 계조당에서 '왕세자의 공간, 경복궁 계조당' 전시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계조당은 쓴 두 왕세자 즉, 문종과 순종 관련 유물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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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유물 만지며 체험 가능…자선당 등 동궁 권역 특별해설도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시대에 왕의 후계자, 즉 다음 왕위 계승자를 정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은 국가의 큰 행사였다.
가장 좋다는 날을 골라 문무백관과 종친이 한자리에 모였고, 왕은 그 자리에서 책봉을 알리는 문서인 죽책(竹冊), 당부의 글인 교명(敎命), 도장 3가지를 내렸다.
왕위를 안정적으로 이어받아 좋은 임금이 되길 바라는 바람이 담긴 물건들이다.
조선시대 왕세자의 집무 공간이자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장소인 경복궁 계조당이 문을 활짝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왕세자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모습 그대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이달 15일부터 12월 18일까지 계조당에서 '왕세자의 공간, 경복궁 계조당' 전시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계조당은 경복궁 동쪽에 자리 잡은 동궁(東宮) 권역의 중심 건물이다.
조선의 제4대 임금인 세종(재위 1418∼1450)이 훗날 문종(재위 1450∼1452)이 되는 왕세자가 정무를 보거나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공간으로 쓰기 위해 1443년 건립했다.
이후 문종의 뜻에 따라 1452년 건물을 철거했으나 1860년대 후반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다시 지었고, 당시 왕세자였던 순종(재위 1907∼1910)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계조당은 1910년대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조선 왕실의 권위를 지우고 식민 통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를 준비하면서 다시 헐리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9월 복원을 마친 계조당은 조선 왕세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꾸며졌다.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본당 내부에는 왕세자 책봉 과정에서 임금이 왕세자에게 내리는 죽책, 교명, 도장을 복제한 유물 등 10여 점을 선보인다.
1651년 효종(재위 1649∼1659)이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하면서 내린 죽책에는 '좋은 성품을 갖추고 학문에 힘쓰라'는 당부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계조당은 쓴 두 왕세자 즉, 문종과 순종 관련 유물도 볼 수 있다.
전시 공간에는 역대 국왕의 글과 글씨를 모아 놓은 '열성어필'(列聖御筆)에 실린 문종의 글씨, 세종 때 발명한 측우기 등이 함께 놓여 있어 문종의 업적을 살펴보게끔 한다.
순종이 왕세자로 책봉될 당시인 1875년 만든 옥도장은 네모난 몸체에 용 모양 손잡이가 붙여져 있는데, 복제된 유물로 직접 도장을 찍어볼 수 있다.
왕세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장도 주요한 볼거리 중 하나다.
의장은 왕이나 왕실의 주요 인물이 행차할 때 깃발이나 부채 등 위엄을 나타내는 상징물을 갖춰 늘여 세우는 것으로 상상 속 동물인 기린이 그려진 깃발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손은미 학예연구사는 "복원한 계조당 내부를 공개하는 건 처음"이라며 "조선시대 왕세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직접 만지며 체험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계조당 내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토·일요일에는 전문해설사와 함께 계조당과 자선당, 비현각 등 동궁의 주요 건물을 둘러볼 수 있는 특별 해설 프로그램도 열린다.
해설 프로그램은 회차당 15명씩 사전 예약을 받아 진행한다.
신성희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 직무대리는 "경복궁 계조당을 찾는 관람객들이 복원된 옛 모습과 더불어 공간에 담긴 역사성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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