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시행되면 공영방송은 정말 민주당 사내방송 될까
[해설]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가진 학회, 방통위가 선정…12대9 여권 우위될 수도
개정안 핵심은 '불확실성'과 '균열', 거대 양당 모두 만족할 수 없는 지배구조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편향된 방송 환경을 계속 누리기 위해 민노총의 노영방송 영구화 법률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기까지 했다”며 “공영방송이 민주당의 사내방송으로 되는 방송3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에게 유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방송3법은 현재 공영방송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31일 이후 새롭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부칙으로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임명된 이사 및 사장의 잔여임기를 보장한다'고 나와 있어서다. 이제 구체적 상황을 KBS를 예로 들어보자. 바뀐 법에 따라 KBS 이사는 11명에서 21명을 뽑게 된다. 우선 교섭단체가 의석수 비율에 따라 5명을 추천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3명을 뽑고, 패배해도 2명은 추천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의 KBS이사를 추천한다. 국내에는 다양한 학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개정안을 보면 KBS이사 추천권을 갖는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다고 나와 있다. 이동관 위원장이 버티고 있으며, 여권이 3:2 구도를 확보할 수 있는 방통위에서 선정하는 학회가 KBS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대목은 당장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불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방통위 입맛에 맞는 학회만 골라서, KBS이사 6명을 여권 성향으로 뽑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이어 시청자위원회가 4명의 이사를 추천한다. 앞서 KBS는 지난해 8월 제31기 시청자위원 15명을 선정했다. 이들의 임기는 내년 8월31일까지다. 이 경우 새로운 KBS 이사 추천 권한은 새롭게 선정될 32기 시청자위원회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데, 32기 시청자위원회 선정 권한은 사실상 KBS 경영진에게 있다. 그렇게 보면 박민 KBS 경영진이 원하는 시청자위원회 구성이 가능하고, 이들이 추천하는 KBS이사 역시 모두 여권 성향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직능단체인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에서 각각 2명씩, 총 6명을 추천하게 되는데 연합회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회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회원들의 여론과 '이익'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들 3단체는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명확히 반대했다. 직능단체는 사안에 따라 국민의힘과 입장을 같이할 수도 있다. '직능단체=친민주당'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전제다. 때문에 이들 직능단체 추천 6명 이사는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다고 전제하기 어려운 일종의 '중립지대'다.
결국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내년 9월 새롭게 구성되는 방송법에서 뽑게 될 KBS이사 21명 중 여권 성향 이사는 최대 13명이 될 수도 있다. 야권 성향은 2명, 중립지대는 6명이다. 총선에서 패하고, 직능단체 추천 6명이 모두 야권이라고 무리하게 가정하더라도 구도는 12대9로 여권 우위다. 개정안에 따라 사장을 뽑기 위해서는 특별다수제(3분의2)로 최소 14명의 표가 필요한데,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특별다수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건 국민의힘이어서 이 대목을 두고 '민주당 방송 장악 음모'를 주장하긴 어렵다.
혹자는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3인 이하로 복수의 사장후보자를 추천하는 개정 내용이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으나, 올해 초 이와 유사하게 구성된 'MBC 사장 후보 선정 시민평가단'은 국민의힘이 '친민주당 인사'라며 강하게 반대했던 박성제 현 사장을 후보에서 탈락시켰다. 시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결국 방송3법은 김기현 당대표 주장과 달리, “민노총의 노영방송 영구화”도 아니고 “민주당의 사내방송”이 될 수도 없다. 추천 권한을 가진 곳 중 민주노총은 그 어디에도 없고, 구조상 야권은 안정적으로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이 법안을 통과시켰을까. 우선 이 법안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 아니다. 이번 개정안의 골격이 된 법안은 지난해 11월18일 시민 5만 명이 직접 본인 인증을 통해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개정 국민동의청원'에 나선 결과 등장했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에서 '정치적 후견주의'가 작동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지 못한 사실에 반성했고, 그 반성의 결과물이 개정된 방송3법이다.
법안의 핵심은 '불확실성'과 '균열'이다. 지금까지 KBS이사회는 여야 7대4 구조가 명확했다. 추천권이 여당 7, 야당 4로 암묵적으로 나뉘어 있던 결과다. 법률에도 없는 후견주의로 공영방송 이사회는 거대 양당의 대리전을 반복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양당의 추천권은 100%에서 23.8%로 줄었다. 정당 외에도 학계, 시청자, 방송사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는 이사들이 이사회로 들어오게 된다. 이들에게도 각각의 정치적 성향은 있기 때문에 여야 대리전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전보다는 거대 양당의 정파성에서 벗어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 이사의 수가 늘어난 만큼 '이탈표'도 전보다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추천권의 분산이 초래할 '불확실성'과 '균열'에 대한 전망은 상황에 따라 특정 정당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 법안은 필연적으로 거대 양당 모두 만족할 수 없는 지배구조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향후 정권 교체가 이뤄져도 불만족을 감수하겠다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감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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