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려 21세때 시작... 이젠 갈 곳 없어요” 성매매 여성의 편지
“창살 없는 감옥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21살이었습니다.”
부산에 마지막으로 남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서 일하다 최근 이곳을 벗어난 40대 A씨의 편지 중 일부다. A씨는 투박한 글씨로 성매매에 발을 들이게 된 과정과 나오게 된 계기 등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완월동은 지금은 서구 충무·초장동 지역으로, 현재 20여개 성매매 업소에 60여명의 여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이 14일 조선닷컴에 제공한 편지에서, A씨는 “제 이름 OOO입니다. 저는 국민학교 졸업장도 없습니다. 어릴적에 집을 나왔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A씨가 처음부터 성매매에 눈을 돌린 건 아니었다. 가출 후 공장에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A씨가 처음 성매매 관련 업소에서 일하게 된 건 공장에서 만난 ‘친구’ 때문이었다. A씨는 “공장에서 어떤 친구를 만나 다방을 다니게 됐다”고 했다.
다방에서 시작한 일은 생각과 달랐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빚이 계속해서 늘어났고, 이는 A씨가 다방 일로는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이때 다방 주인은 A씨를 한 ‘소개소’로 보냈고, 이곳 소개로 부산의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으로 가게 됐다.
당시 A씨 나이는 21살. 이때부터 A씨에게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이 시작됐다. 포주들의 엄격한 감시 속에 성매매 이외 다른 일을 찾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A씨는 “낮에도, 밤에도 ‘이모’가 있었다”며 “외출은 꿈도 못 꿨다. 그 당시에는 시내 목욕탕 나갈 때도 이모들이 지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빚을 갚으려 해도 갚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그 당시 빚은 2000만원, 이자만 100만원이 넘었다. A씨는 “하숙비가 207만원이었고, 빚에 치여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었다. 동네 안에서만 돌고 돌았다”고 했다.
20년 넘게 이 같은 생활을 이어오던 A씨가 완월동을 나올 수 있게 된 건 그녀가 아프기 시작하면서다. A씨는 “당뇨병을 얻었고, 온몸에 합병증이 왔다”며 “업주가 나가라고 했는데, 몸이 많이 안 좋아 더 이상 (다른)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지 3년이 됐다. 저는 돌아갈 곳이 없다”며 “집도 없고 집을 구할 수도 없다”고 했다. A씨는 “간절하다. 절실하다. 도와달라”고 했다.
살림 측이 제공한 다른 성매매 여성들의 사연도 비슷했다. 미성년자 때 가출해 친구나 지인 소개로 이곳에 발을 들였다가, 알 수 없는 빚이 우후죽순 쌓여 빠져나올 수 없게 된 경우가 많았다. 감시와 감금 등으로 탈출은 불가능했다. 성매매 여성 B씨는 “18세 때 고액 알바를 소개받아 가라오케에서 일하게 됐는데 저도 모르는 다양한 명목의 빚이 생겼고, 그렇게 미성년자 신분으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게 됐다”며 “너무 힘들어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많은 빚과 이자가 생겼고, 소개소에 의해 여기저기 업소를 옮겨 다니며 수많은 세월을 날려 버렸다”고 했다.
최근 완월동 지역에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재개발 계획이 승인되면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가시화하고 있다.
미성년자때부터 수년을 성매매 업소에서만 몸담은 이들이 바라는 건 빚에서 벗어나 ‘자립’하는 것이다. B씨는 “처음 완월동을 나왔을 때, 미성년자때부터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했기에 사회 경험은커녕 아는 것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며 “완월동에 있는 여성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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