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도 계속 잡아 달라는 1700억 명장, 로마에는 과분한 남자?

이성필 기자 2023. 11. 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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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로마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EPA/AFP
▲ AS로마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EPA/AFP
▲ AS로마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EPA/AFP
▲ AS로마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EPA/AFP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로마 왕자' 프란체스코 토티가 조제 무리뉴 AS로마 감독의 잔류를 촉구했다.

토티는 로마의 전설이다. 프로 생활 내내 로마에서 뛰었다. 그의 발언은 상당한 무게를 안고 대중들에게도 강한 긍정을 얻는다.

로마는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이 2000-01 시즌이 마지막이다. 2016-17 시즌이 마지막 2위였다. 1위를 차지한 유벤투스와는 승점 4점 차였다. 유벤투스, AC밀란, 인테르 밀란 등 강호들이 가득한 세리에A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22시즌 전 우승이 놀라운 일이다.

컵대회인 코파 이탈리아도 마찬가지, 2007-08 시즌이 마지막 우승이다. 2012-13 시즌 결승에 올랐지만, 라치오에 0-1로 패하며 준우승으로 통산 9회 우승에서 멈춰 있다. 아홉수 깨기가 어렵다.

놀랍게도 유럽클럽대항전은 최근 두 시즌 연속 결승에 갔다. 무리뉴 체제에서였다. 2021-22 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 결승에 올라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1-0으로 꺾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2022-23 시즌에는 유로파리그(UEL) 결승에 올랐지만, 판정 논란을 겪으며 '유로파의 왕자' 세비야(스페인)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4로 완패했다.

단기전에서 성과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뉴의 지도력은 신비하게 다가온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중도 결별 후 지휘봉을 잡은 로마에서 여전히 지도력을 보여줬고 사상 최초로 UCL-UEL-UECL 모두를 우승한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로마 팬들이 무리뉴에게 애증을 가지면서도 좋아하는 것도 단판 승부 스타일의 경기에 절대적으로 강하고 버스 두 대를 세워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축구에도 재능이 있어 그렇다. '온리 원', '노멀 원' 등 자신을 재미나게 표현하며 대중적 관심을 모으는 특기에도 매료된다.

▲ 파울로 디발랑와 로멜루 루카루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AFP/EPA
▲ 파울로 디발랑와 로멜루 루카루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AFP/EPA
▲ 파울로 디발랑와 로멜루 루카루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AFP/EPA
▲ 파울로 디발랑와 로멜루 루카루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AFP/EPA
▲ 파울로 디발랑와 로멜루 루카루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 ⓒ연합뉴스/AFP/EPA

토티는 최근 이탈리아 매체 '보보TV'에 등장해 무리뉴 감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무리뉴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두 번의 결승에 올라 UECL 우승을 차지했다. 로마 역사에 두 번 연속 결승 진출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이유로 무리뉴는 칭찬받아야 한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마는 짠 내 나는 재정 지출로 선수 영입과 구단 운영을 하는 팀이다. 올 시즌 시작 전 무리뉴 감독이 경영진과 마찰을 일으키며 구단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무리뉴 스스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이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시 내려갔을 뿐이다.

세계에서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이라며 무리뉴 기 살리기에 나선 토티는 "로마나 어떤 환경인지 안다면 팬으로서 (무리뉴에게) 평생 감사할 것이다. 만약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UCL)에 로마를 진출시키면 놀라울 것 같다. 훌륭한 감독은 훌륭한 팀에 있어야 하고 무리뉴는 로마에 잔류해야 한다. 그가 남으면 개인적으로 행복할 것 같다. 떠난다면 다른 지도자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며 무리뉴의 존재감 자체가 팬들을 모으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로마는 12경기에서 승점 18점으로 7위에 머물러 있지만, UCL 진출 마지노선인 4위 나폴리와는 3점 차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힘을 발휘하면 4위 이내 진입도 가능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원하는 수준의 보강은 되지 않았다. 후셈 아우아르가 자유계약선수(FA)로 올림피크 리옹을 떠나 로마에 온 것이나 라스무스 크리스텐센, 로멜루 루카쿠, 헤나투 산체스의 임대 정도가 전부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자원 자체가 없다.

그래도 공격진에서 루카쿠가 6골을 넣어주고 있고 파울로 디발라, 안드레아 벨로티가 각각 2골과 3골을 넣어주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무리뉴 특유의 끈끈한 축구를 고려하면 더 그렇다. 겨울 이적 시장 영입을 기대하기 어려워 무리뉴가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지만, 일단은 직진이다.

토티는 디발라와 루카쿠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디발라는 팀의 구심점이자 좋은 경기력을 만드는 선수다. 루카쿠의 힘을 더해 세리에A 안에서 최고의 (공격) 조합이 만들어졌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마르쿠스 튀람(이상 인테르 밀란) 조합이 있지만, 저는 디발라-루카쿠를 택했다. 디발라의 피지컬 문제가 있지만, 루카쿠가 있지 않나"라며 무리뉴가 이들의 조건을 활용한 능력 극대화에 탁월함을 돌려 말했다.

내년 6월까지 로마와 계약한 무리뉴다. 이미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수 팀에서 무려 1억 2천만 유로(약 1,700억 원)의 영입 제안을 받은 바 있다. 잔류하면 대단하고 사우디행을 선택해도 그의 지도력이 여전함을 인정받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더 존재감이 커지는 무리뉴다. 토티의 잔류 바람이 통하는가는 시간이 흘러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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