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LG 암흑기의 ‘원흉’으로 지목받던 남자,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이끈 ‘구세주’로 돌아오다
지난해 11월 LG의 14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염경엽(55) 감독. 그가 LG에 몸담게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0년 현역 은퇴한 염 감독은 2001년부터 현대 유니콘스의 프런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2008년부터 LG로 둥지를 옮겨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2009년엔 운영팀장을 맡았다.
한때 팬들로부터 LG 암흑기의 ‘원흉’이라고 지목받았던 남자는 LG를 떠나 실력을 키워 다시 돌아왔고, 29년 만에 LG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딱 들어맞는 스토리다.
시상식을 마치고 인터뷰실에 들어선 염 감독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기쁨이 한 데 섞여있었다. 그는 “우리 LG 팬들이 정말 오랫동안 우승을 기다려주셨다.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선수단에 절실함이 만들어졌다. 정규시즌 동안 어려움을 딛고 우승을 하면서 성장했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시리즈에 임한 결과가 우승으로 돌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1년 LG를 떠난 염 감독은 고된 시련을 겪으며 강해졌다. 2013년 넥센(現 키움) 사령탑에 부임해 2014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삼성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염 감독은 “당시 전력은 삼성에게 떨어졌지만, 승운이 따랐다. 겁 없이 덤볐던 시절이었고,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아쉬움이 컸다. 오늘 우승해서 운 것보다 당시 준우승 때 훨씬 많이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6년 넥센을 떠난 염 감독은 2017년부터 2년간 SK(現 SSG) 단장을 맡았고, 2019년부터 SK 사령탑을 맡았다. 2019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 정규리그 막판 두산에게 1위를 내줬고, 2위로 맞이한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전 전패로 패했다. 이듬해엔 SK의 성적 부진이 심해지자 극심한 스트레스로 두 차례나 쓰러졌고, 결국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LG 감독직 제의를 받았다. 염 감독은 “가족들은 LG 감독직을 맡는 것을 다 반대했지만, 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맡아본 팀 중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 LG에서 프런트와 수비 코치를 맡던 시절 엄청 욕을 먹었다. 그때 당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대상자로 내가 지목됐다. 팀을 떠나겠다던 저를 당시 고(故) 구본무 구단주님께서 잡았지만, 저는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조금만 쉬고 바로 내년 시즌 구상에 돌입하겠다”는 염 감독의 시선은 이제 내년으로 향한다. “올 시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올해만 우승하면 내년 시즌엔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선수단에 신구조화가 잘 되어 있기에 1년에 어린 선수들 한둘씩만 키워낸다면 일회성 우승이 아닌 꾸준히 강한 명문구단이 될 수 있다. 이제 첫 걸음을 뗐다. 이 우승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다.”
잠실=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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