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2023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중대재해 사고백서 편찬 배경은?”

윤주성 2023. 11. 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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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윤주성 앵커
■ 전화연결: 박화진 원광대학교 초빙교수(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사고백서 편찬위원장)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김영조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f-yFz2WHi4A

◇ 윤주성 앵커(이하 윤주성):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산업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사고백서를 펴냈다"고 합니다. 지난해 "광주에서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 실제 발생한 중대재해 가운데 중요 사례를 담았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편찬위원장을 맡은 박화진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화진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하 박화진): 반갑습니다. 박화진입니다.

◇ 윤주성: 먼저 이런 중대재해 사고백서를 발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 박화진: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한 해만 하더라도 중대재해로 사망한 분이 650여 명 가까이 됩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감소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사고자 기준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하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을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한번 되돌아보자"는 그런 취지에서 백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 윤주성: 말씀하신 것처럼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사고를 되돌아본다"는 취지에 저도 공감이 가는데요. 그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백서를 편찬하는 데 뭔가 특징적인 변화가 있었을까요?

◆ 박화진: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지난 7개월 동안 10여 차례 이상 회의를 진행했었는데요. 관련 전문가분들도 편찬에 참여를 하고 그다음에 일반 작가분이 참석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10여 개 지난해 발생한 사고 사례 중에서 대표성이 있는 10여 개의 사례를 선정해서 각 사례별로 작가분과 안전공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함께 집필에 참여를 했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이냐" 하면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쉽게 작성할 때 "전문가가 보더라도 사실관계가 제대로 기술된 그런 백서를 한번 만들어보겠다" 이런 취지입니다.

◇ 윤주성: 지금까지 중대재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자료가 발간이 됐을 텐데요. "이번에 발간된 백서와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박화진: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가 집중을 한 것은 그간의 자료가 대부분 재해 사고의 기술적인 원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 "왜 추락 위험이 있는 높은 곳에서 이 작업에서 안전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느냐", 아니냐. 아니면 "안전벨트를 착용했느냐, 아니냐" 이런 원인을 찾는 데 집중을 했는데요. 이번 백서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추락 위험이 있는데도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까지. 즉 "기업의 조직 문화, 작업 관행, 안전 관리 체계 이런 점까지 문제가 없는지를 한번 짚어 보았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윤주성: 이번 백서에 어떤 사고 사례가 담겨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신다면요.

◆ 박화진: 10여 건 사례 중에 제가 기억하는 것은 일단 첫 번째 사례가 39층 주상복합 아파트 붕괴사고지요. 다 기억하고 계시는. 그다음에 그 사고 외에도 제빵 회사에서 기계 끼임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사고도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되었고요. 그다음에 채석장에 토사 붕괴한 사고가 있었고 그다음에 근로자들이 세척제, 화학물질에 집단으로 중독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고들이 10여 건 이상 수록되어 있습니다.

◇ 윤주성: 첫 사례로 기재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당시 저희도 열심히 취재했고 또 실종자들을 빨리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는데요. 이 붕괴 사고에 당시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까? 실제 백서 발간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원인 들이나 문제가 있었을까요?

◆ 박화진: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보도가 된 바로 알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39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를 신축하는 현장이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39층 꼭대기 층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렸는데 39층부터 23층까지 무려 17개 층이나 연쇄해서 무너져 내린 그런 사고였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그래서 기본적인 원인은 "결국은 아래층의 콘크리트가 아직 굳지 않은 상태에서 위층의 콘크리트를 다시 쏟아 부어서 쌓아 올리는 그런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결국, 콘크리트 강도가 약한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한 것이 문제였는데 추운 겨울 동안의 작업에는 콘크리트를 굳히는 데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양생이라고 하는데 콘크리트 양생에 시간도 들이고 보온 작업도 하고 이렇게 하면서 작업을 해야 되는데 당시에 회사 입장에서 공기를 좀 줄이기 위해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기 전에 그렇게 해서 상부층을 올리는, 그래서 "작업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작업을 진행하다가 사고가 났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 윤주성: 저도 백서 내용을 일부 보니까 "건설 업체 직원이 사고 당일 오전에 38층 외벽 거푸집 근처에서 15cm의 균열을 확인했다"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만약 이런 위기 징후가 사전에 전파됐다면 안타까운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 박화진: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거푸집의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콘크리트가 굳지 않은 상태에서 무게 때문에 아래로, 옆으로 밀려나왔다"는 뜻입니다. 작업자가 이를 확인했다 하는 것은 "사고가 꼭 발생할 수 있다, 위험 요인을 확인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순간이라도 아래층에서 작업 중인 다른 근로자들에게 이런 상황이 제대로 전파될 수 있었다면 붕괴는 막지 못했다 하더라도 대피를 통해서 "아래층의 작업자들의 인명 피해, 그때 매몰 사고로 6명 정도 돌아가셨는데 그런 피해는 줄일 수 있었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윤주성: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를 저희도 지난해 보도하면서 느꼈던 점인데 "감리 시스템이 왜 이렇게 허술했나, 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만 했다면 이런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싶었는데 이번 백서 편찬 과정에서 그 부분은 어떻게 짚어졌나요?

◆ 박화진: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책임 소재를 가지고 원청, 하청 간에도 공방이 있었고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책임 소재는 추후 밝혀지겠지만, 일단 원청은 원청대로 하청 기업은 하청 기업대로, 방금 말씀하시는 감리 회사는 감리 회사대로 설계, 변경 과정이나 콘크리트의 강도나 자기가 해야 될 역할을 제대로 제자리에서 지켜내기만 했다면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윤주성: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재해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아서 이런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것 아니냐"며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된다, 강화해서 시행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화진: 네. "중대재해처벌법 분야에 대해서는 더 강화해야 된다"는 그런 의견도 있을 수 있고요.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는 처벌만 한다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느냐, 처벌의 강도가 너무 세다" 이런 주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쟁점 하나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요. 그것이 내년 초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예정대로 적용해야 된다. 또는 적용을 연기해야 된다. "규모 작은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런 주장이 있는데 그것이 국회에서 잘 정리될 것으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윤주성: 이번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가 주는 메시지가 어떤 것이 있는 것인지 또 "중대재해는 다양한 요인이 엮여서 일어난다"거나 "안전보다 속도인 대한민국 건설업의 문제가 드러났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까요?

◆ 박화진: 네. 말씀하신 그대로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났지만, 결국 "겨울에 공사를 서둘러 진행한 점, 공기를 단축해서 비용을 줄여보려고 한 점 그것이 제일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공기를 단축하고 공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안전을 희생해도 되는 것인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돌이켜봐야 되는 시점이 아닌가. 그래서 "공사에 있어서 문화라고 할지 관행이라고 할지 이런 점들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또다시 되풀이해서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윤주성: 백서의 발간 취지라든지 이런 취지도 충분히 공감을 하는데요. 법과 제도로 규제를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이런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건설 현장 안전 관행 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 박화진: 어려운데요. 그 부분은 결국 "제도적인 측면 그다음에 정부의 노력,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 이런 부분이 서로 종합되어서 우리 안전 문화를 바꾸어나가야 결국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윤주성: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외에 또 저희가 주목할만한 그런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 박화진: 여러 가지 사례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제가 기억하는 사례는 제빵 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부분은 "회사 내부의 안전점검이라든지 외부의 진단이라든지 시행될 때마다 위험하다"는 부분이 지적되었는데요. 회사에서 "무슨 큰일이 날까" 이렇게 방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선 조치 없이 작업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까 결국 인명을 잃는 큰 사고로 연결이 되었는데요.

사진 출처: 연합뉴스


필요할 때마다 위험 요인을 이렇게 확인하고 점검하면 반드시 개선 조치를 실행하는 이런 문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윤주성: 앞으로 이 백서가 재해를 예방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활용됐으면 좋겠다", 바람이 있으신가요?

◆ 박화진: 저는 이 사례집이 이대로 끝나지 않고 내년에도 올해 사고 중에서 일부를 선별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내년에도 더 발전된 형태로 백서가 발간되고, 그다음에 이 백서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기본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백서를 토대로 해서 다양한 형태의 교육 강의 자료라고 할까요? 이런 자료가 만들어져서 안전관리가 사실은, 안전관리 전공하시는 전문 분야의 전문적인 일로 그렇게 치부되어 왔는데 일반 근로자나 경영자가 다 함께 고민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근로자나 경영자가 우리 작업 관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그런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 윤주성: 이런 "안타까운 안전사고나 산업 현장의 재해를 막기 위해서 건설 업계라든지 산업 현장에서 꼭 명심했으면 하는 그런 말씀이 있다"면 간략하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박화진: 제일 중요한 것이 여태까지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산 우위의 그런 문화를 가져왔고, 안전은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은 비용이다", 이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후순위로 기업의 가치에서 밀려온 그런 측면이 있는데요. 단순하게 안전은 후순위로 이렇게 밀어둬야 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은 근로자의 안전이라든지 건강이라든지 생명은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할 제일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그런 문화가 좀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윤주성: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윤주성 기자 (y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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