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대이은 야구사랑,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결실 밑거름

이석무 2023. 11. 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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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9년 만에 이뤄진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LG家(가)’의 남다른 야구사랑이 일궈낸 결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감안한다면 이번 우승은 너무 오래 기다린 결과다.

재계 안팎에서 LG가의 대 이은 야구 사랑은 이미 잘 알려졌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화학·전자 산업 중흥을 이끌었던 고 구자경 명예회장은 오늘날 LG트윈스를 만든 장본인이다. LG는 럭키금성그룹 시절이던 1990년 프로야구 원년 팀인 MBC청룡을 총액 130억원에 인수해 LG트윈스를 창단했다.

원래 럭키금성그룹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부산·경남 연고팀 창단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당시 회장이던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해외 출장 중인 탓에 경영진이 결정을 보류했고 그 사이 롯데가 부산·경남 연고를 가져가면서 프로야구 원년멤버로 함께 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대노하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프로야구 진출을 노리던 럭키금성그룹은 뒤늦게 야구단 창단의 꿈을 이뤘다.

진정한 야구광은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었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은 LG트윈스 창단 후 초대 구단주를 맡아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LG 야구를 상징하는 ‘신바람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창단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심지어 두 번째 우승을 이룬 뒤 1995년 모기업인 럭키금성 그룹명을 야구단 이름인 LG로 바꿀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매년 선수단 전지훈련지를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한 것은 물론 시즌 중에도 여러 차례 경기장을 찾아 야구를 직관했다. 주전 선수는 물론 2군 선수들의 이름과 프로필을 외울 정도였고 매일 야구단 관련 보고를 따로 받을 만큼 진정한 야구팬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보게 된 우승주 ‘아와모리 소주’와 최고급 ‘롤렉스 시계’는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야구 사랑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다. .1994년 오키나와 캠프에서 아와모리 소주로 건배하고 우승을 맛봤던 고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5년 시즌을 앞두고 “또 우승하면 이 소주로 축배를 들자”며 같은 소주를 3통이나 구입했다.

이후 LG트윈스가 1994년 우승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자 고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8년 해외 출장 중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시 최우수선수(MVP)에게 줄 선물이었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직접 준비한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는 이후 20년 넘게 금고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올해 우승과 함께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었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이자 구광모 현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심지어 경남중 재학 시절 야구 선수로도 뛰었다. 야구선수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구본능 회장은 야구발전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2011년부터 6년 4개월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아 리그를 외적으로 팽창시키는 데 힘썼다. 특히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LG와 맞붙은 KT위즈의 창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시대를 언 것은 구본능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지금도 LG트윈스의 구단주 대행을 맡아 직접 야구단을 챙기고 있다.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삼남인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야구 사랑하면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다. 그룹이 계열 분리되기 전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LG트윈스 2대 구단주를 맡았다. 구본준 회장 역시 경남중·고 기수별 야구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구단주 시절 틈나는 대로 직접 공을 던지면서 야구를 즐겼고 LG트윈스 전지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매년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은 LG전자가 2012년 출범시킨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의 뒤를 이어 작년부터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기업이 후원하는 국내 유일의 여자야구 전국대회다.

LG트윈스의 3대 구단주인 구광모 회장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기 전 구광모 회장은 개인적으로 잠실야구장을 자주 찾아 경기를 직관했다. 심지어 몇몇 선수들과는 개인적인 친분을 갖기도 했다.

회장 취임 후 야구장을 찾지 않았던 구광모 회장은 구단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룬 순간을 함께 했다. 심지어 우승 트로피를 직접 들어 올리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이어 1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4차전도 직접 관람했다. 심지어 팬들과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휴대폰으로 경기 모습과 팬들의 응원을 직접 촬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기를 즐겼다. 경기에 몰입해 심판 판정에 세이프 자세를 취하는 모습은 구광모 회장이 얼마나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구광모 회장은 우승 시상식에서 감격에 찬 얼굴로 직접 마이크를 들어 “세계 최고인 무적 LG 트윈스 팬 여러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습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구광모 회장은 “오래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LG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매 순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준 자랑스러운 선수단과 스태프에도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인사를 이어갔다. 어어 “오늘의 승리는 여기 계신 모든 분과 LG를 사랑해준 모든 분이 함께 일군 것”이라며 “우승 기쁨을 만끽하시라.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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