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무료급식소도 타격… 어르신 한 끼 대접도 버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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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수급비로 월 60만 원을 받아 방세 25만 원, 전기요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무료급식소 아니면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한기가 몰아닥친 14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 앞에서 만난 A(74) 씨는 "매일 아침과 점심을 여기서 먹고 저녁은 굶는다"며 "최근 장애인 수급이 끊어지고 끼니를 해결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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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代 노인 170명 장사진
물가 인상·경기침체 반영하듯
독거노인·차상위층 손님 늘어
김장 재료 등 전품목 가격 급등
소규모 급식소는 ‘살림 위기’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수급비로 월 60만 원을 받아 방세 25만 원, 전기요금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무료급식소 아니면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한기가 몰아닥친 14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 앞에서 만난 A(74) 씨는 “매일 아침과 점심을 여기서 먹고 저녁은 굶는다”며 “최근 장애인 수급이 끊어지고 끼니를 해결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송파구 가락동 집에서 탑골공원까지 왕복 2시간 거리를 매일 오간다고 했다. 무료급식소 앞에는 A 씨뿐만 아니라 170여 명의 60~80대 노인들이 1시간 전부터 탑골공원 담장을 따라 길게 줄을 서 ‘아침 주먹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듯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인도 많았다. 또 상당수는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기 및 인천지역에서 ‘급식 원정’을 온 이들이었다.
8년째 매일 무료급식소를 찾고 있다는 이모(80) 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며 “저녁은 혼자 집에서 라면을 먹는데, 일을 구하지 못해 집에 누워 있느니 여기 오면 운동도 되고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B(77) 씨는 “코로나 3년을 거치는 동안 아침을 주는 곳이 없어졌는데, 인근에서는 여기가 유일하다”며 “수요일 점심은 인근 명동성당 급식소에서 먹는다”고 설명했다. 전국에 7개 직영을 둔 ‘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숙인들이 주로 무료급식소를 찾았다면 최근에는 차상위계층과 독거노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는 경기와 고물가로 인해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취약계층의 끼니를 챙기는 무료급식소들도 식자재 물가 상승과 후원 감소로 운영에 위기를 맞고 있다.
탑골공원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자광명 보살은 “아침에는 최대 200여 명, 점심에는 300~400명이 이곳을 찾는다”며 “배고픈 사람에게 누군가는 밥을 줘야 하는데, 물가는 오르고 후원은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지난 2월(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13.5%로, 2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주로 사는 품목(55개)만 추려 작성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에 견줘 1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배 남짓인 셈이다.
다른 무료급식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일반인 후원에만 의존하는 소규모 민간 무료급식소들은 자금난을 겪은 지 오래다. 당장 김장철부터 걱정이다. 한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후원금 추이를 보면 5~7월은 적고, 11~12월에 몰리는 상황인데 해가 갈수록 후원금이 줄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코로나19 기간 자원봉사 흐름이 끊기면서 자원봉사자 수도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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