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조정 국면’ 진입과 한국 외교[시평]

2023. 11. 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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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15일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美 목표는 차이나 리스크 관리
미국과 대만 내년 대선도 영향
양국 군사대화 성과가 시금석
중국이 얼마나 호응할지 관심
한국도 전략적 소통 강화할 때

오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1년여 만에 정상 대화가 성사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간의 갈등과 반목을 완화해 국제정치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래 군사적 갈등과 경제적 대립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양국 대화에 합의했지만, 그마저도 잘 지켜지진 않았다. 이후에도 미국은 올해 2월 미 본토를 비행하던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했고, 그로 인해 양국 관계는 더 나빠졌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는 미국이 먼저 타협의 손을 내밀면서 성사됐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생겼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문제 비판으로 바이든 대중 외교가 쟁점이 됐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군사 충돌도 중국과 대화를 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유럽), 가자지구(중동), 그리고 중국과 외교 전쟁을 치르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따라서 미국은 ‘유일의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중국’을 관리해 외교적 힘의 분산을 막으려고 한다.

이런 모습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에서 나타났고, 그 후 미국의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도 부동산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 그리고 경기 악화로 인해 미국과 대립각을 계속 세우기에 한계를 실감했다. 이런 국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2017년 4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6년 만에 시 주석의 방미가 실현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중국과의 ‘대화’와 ‘충돌 회피’다. 미국이 초점을 두는 것은 중국과의 군사 대화 재개다. 미국은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위험한 군사행동’을 계속하는 데 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군사 행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려 한다. 내년 1월에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에 중국이 어떤 개입을 할 것인지에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만 문제가 확대되지 않는 타협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만 문제를 ‘국내 문제’로 인식하는 중국이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군사 충돌에 대해서도 중국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미국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군사 충돌에 관여하는 상황을 매우 우려한다. 최근 들어 중국이 이란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에도 미국은 경계심이 크다. 중국이 ‘중동에서 전쟁 확대’를 모색하면서 미국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우선 이란에 ‘도발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까지 했다. 반면, 중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처음부터 ‘자위의 범위를 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이 협력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미국은 인공지능(AI), 기후변화, 그리고 개발도상국 개발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의 의도대로 국제적 레짐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첨단 분야 대립이 심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 이미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런 미국의 의도에 중국이 어떤 타협책을 내세울지 주목거리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중국이 타협하긴 어렵겠지만, 미·중 관계의 흐름이 조정 국면으로 변화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미·중 관계는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었고, ‘관리되는 경쟁 구도’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우리나라도 양국 관계의 전략 변화를 잘 읽어 가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전략적 소통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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