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럿코 없어도 해냈다..한국시리즈 우승에 올인. 염갈량은 한국시리즈도 달랐다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의 29년의 한(恨)을 푸는데 12명의 감독이 필요했다.
1994년 이광환 감독이 LG를 우승시킨 이후 천보성(1997∼1999년) 이광은(2000∼2001년) 김성근(2001∼2002년) 이광환(2003년) 이순철(2004∼2006년) 김재박(2007∼2009년) 박종훈(2010∼2011년) 김기태(2012∼2014년) 양상문(2014∼2017년) 류중일(2018∼2020년) 류지현(2020∼2021년) 감독 등이 LG를 이끌고 우승을 향했지만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염경엽 감독이 2023년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의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최근 우승을 이룬 정규리그 1위 팀과는 달리 휴식을 충분히 주면서도 많은 훈련량과 연습경기를 통해 체력 보강과 선수들의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초점을 맞췄고 그것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묘약이 됐다.
대부분의 팀들은 정규리그가 끝난 뒤 한국시리즈까지 3일 훈련 1일 휴식의 스프링캠프와 같은 훈련 스케줄로 체력 회복과 부상 치료 등에 목적을 뒀다. 그리고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자체 청백전이나 상대할 팀이 있을 경우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그것도 부상을 우려해 2∼3번 정도만 했다.
하지만 LG는 달랐다. 정규리그가 끝난 뒤 10월 19일부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합숙에 들어간 LG는 이틀 훈련 하루 휴식의 일정으로 훈련을 했다. 이틀만 훈련하고 하루를 쉬니 충분한 휴식을 주는 셈. 하지만 그 이틀 동안 오후, 야간 훈련을 잡아 많은 훈련량을 보였다. 훈련 내용도 치밀했다. 타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는 것. 3주 정도 쉬는 기간 동안 타격감과 경기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연습 경기 등을 통해서 적응 훈련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LG는 피칭 기계의 투구 속도를 150㎞로 맞추고 공을 보는 연습을 했고, 배팅 훈련에서도 배팅볼을 평소 보다 앞에서 던져 타자들의 반응 속도를 빠르게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낮경기는 1번 밖에 없고 모두 야간 경기라는 스케줄에 맞춰 야간 훈련에서 라이트를 켜서 타격 훈련을 하면서 야간 경기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자체 청백전 4차례에 상무와의 연습경기 2차례 등 총 6번의 경기로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유지하도록 했다. 원래 7번의 연습경기가 잡혀 있었으나 마지막엔 선수들이 힘들어 해 한번은 뺐을 정도였다.
염 감독은 골반뼈 타박으로 피칭을 못해 결국 조기 귀국하게 된 아담 플럿코로 인해 결과적으로 선발진이 약화된 것을 불펜으로 막기로 했고 후반기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정용을 다시 불펜으로 돌렸다. 2차전서 최원태가 1회초 볼넷 2개를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이정용을 준비시켜 투입하는 결단력으로 끝내 2차전을 잡아낸 장면은 이번 한국시리즈의 판도를 바꾼 결정적 모멘트였다.
엔트리 구성도 철저히 우승을 위해 짰다. 자신이 키우겠다고 올해 상무 입대를 지원했다가 취소했던 이재원을 한국시리즈에 데려가겠다고 일찌감치 공표를 했으나 마지막에 그를 제외하고 대주자, 대수비 요원인 손호영을 발탁했다. KT 위즈에 왼손 투수가 없어 대타요원인 이재원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 올시즌 전반기에 대체 마무리까지 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던 고졸 신인 박명근도 후반기 부진에 휴식기에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자 결국 엔트리에서 빼고 이우찬을 넣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염 감독은 "쉬는 기간 동안 내가 포스트시즌 동안 했던 것을 복기했고, 다른 포스트시즌도 보면서 다시 정립을 했다"면서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서 오히려 결정을 못내린 것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단순화했다"라고 했다. 그리고 염 감독은 그 생각을 한국시리즈에서 빠르게 실행해 옮겼다. 선발이 불안할 때 오히려 믿는 불펜 투입을 빨리 하며 KT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다. 홍창기가 1,2차전 무안타에 그쳤지만 그를 믿고 타순을 한번도 바꾸지 않고 5차전까지 그대로 기용했다. 마무리 고우석에 대한 믿음도 그대로였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수들이 해냈다." 염 감독은 정규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에 대해 믿음을 가졌고 그것을 한국시리즈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선수들과 함께 감격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함께 들어올렸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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