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우리 민담, 안데르센 동화보다 더 인상적"…'어린이 민담집'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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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역사로부터 민초들의 일상을 복원하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에서 바로 오기는 힘들고 중간 지점에 민담이라는 영역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면 내 소설은 '민담 리얼리즘'으로 이름 짓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담은 안데르센 동화보다 인상적인 부분이 많다."
1962년 이후 60년 동안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온 작가 황석영이 '황석영 어린이 민담집'(아이휴먼)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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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할아버지로서 어린 손주 손녀들에게 이야기 남기고파"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원래 역사로부터 민초들의 일상을 복원하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에서 바로 오기는 힘들고 중간 지점에 민담이라는 영역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러면 내 소설은 '민담 리얼리즘'으로 이름 짓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담은 안데르센 동화보다 인상적인 부분이 많다."
1962년 이후 60년 동안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온 작가 황석영이 '황석영 어린이 민담집'(아이휴먼)을 내놨다. 50권에 150개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인 가운데 먼저 5권이 출간됐다. 내년 봄까지 50권을 완간할 계획이다.
황석영은 14일 서울 중구 정동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담이야말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더불어 자신의 작품 세계의 원천이 돼왔다고 밝혔다. 이에 60년 문학 인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민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민담을 읽어야 할 이유는 민담이 창의력의 발원이기 때문"이라며 "한 시대의 할아버지로서 어린 손주 손녀들에게 재미있는 우리 이야기를 남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석영에 따르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는 한(恨)이 아닌 '신명'이다. '한'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미학 평론가가 부여한 개념이다. 신명은 고통과 절망을 뚫고 치솟아 오르는 정서다. 우리 민족은 고통과 절망에 굴복하지 않고 춤과 노래, 그리고 이야기로 역경을 웃음으로 풀고 희망으로 삼았다.
황석영은 '해님 달님'의 경우를 예를 들어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어머니를 잃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서도 절망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뒷집에 가서 기름을 얻어 바르고 동아줄을 타고 올라왔다'고 재치 있게 골탕을 먹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초들의 신명의 정서가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현재 콘텐트 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K-팝, K-콘텐츠 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황석영은 이번 민담집 출간을 위해 20년간 민담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힌국 구비문학 대계'를 비롯해 '한국 구전설화'나 '대동야승' 등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관점으로 기록된 민담집들을 꼼꼼하게 탐색했다.
수많은 자료 중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각 지역마다 다른 여러 유사한 민담류 중에서도 가장 원형인 민담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민담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서는 "서구의 민담류는 주로 왕, 여왕, 왕자, 공주, 귀족 등 왕후장상들의 이야기로 높은 계급 출신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이야기는 그야말로 백성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이야기가 거침없고 활달하며, 동물이나 도깨비와 소통하는 등 상상력의 비약이 서구 민담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편 황석영은 이번 민담집을 바탕으로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하고 이를 영어권이나 중국어권 등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시킬 목적으로 휴먼큐브 출판그룹과 함께 콘텐츠 회사 '푸리미디어'를 설립했다.
황석영은 "민담은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고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의 이야기'이자 '미래의 이야기'"라며 "전 세계에 우리 이야기의 재미와 우수함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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