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기순환기, 설치만 하면 뭐해”···서울 학교 4곳 중 3곳, 필터 교체·청소 ‘0번’
공기순환기를 설치한 서울시 관내 학교의 70% 이상이 순환기 필터를 한 차례도 청소하지 않거나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기·청정기 등 공기 정화 시설 설치는 2019년부터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정작 관리 소홀로 교실 내 공기 질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경향신문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최유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공기순환기를 설치한 국·공립유치원, 초·중·고교, 특수학교 등 625개교 중 필터 교체를 한 번도 하지 않은 학교는 465개교(74.4%), 필터 청소를 한 번도 안 한 학교는 479개교(76.64%)에 달했다.
학교급별 필터 교체를 하지 않거나, 청소하지 않은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중학교로 각각 77.71%(122개교), 85.99%(135개교)였다.
공기순환기 설치학교 중 232개교(37.12%)는 내용연수(물품 이용 가능 연한) 8년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용연수를 초과한 데다 설치 후 한 번도 필터 교체·청소하지 않은 학교는 129개교(20.64%)로 다섯 곳 중 한 곳에 달했다. 초등학교(66개교, 51.16%)가 가장 많았다.
625개교에 설치된 공기 순환기는 1만5979대로 초등학교(8316대), 중학교(3546대), 고등학교(3349), 국공립 유치원(480대), 특수학교(288대) 순이었다.
2019년 개정 시행된 학교보건법은 국공립 유치원장과 초·중·고교장이 교실에 공기순환기나 공기청정기 등 공기 정화 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향후 5년간 1161개교를 대상으로 2억6387만9000원을 들여 공기순환기 설치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개정 학교보건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교육청이 시설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최 의원실에 “공기 순환기에 대한 유지·관리 주체는 교장”이라며 “이를(공기 순환기 관리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각 학교 공기 정화 시설을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감독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다만 기계설비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의 소유자나 관리자는 설치된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갖는다.
교육부는 ‘학교 공기정화 장치 설치 및 유지관리 업무 안내서’ 지침에서 공기정화장치는 1~2개월 주기로 청소하고, 3~6개월 주기로 필터를 교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최 의원은 “학생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학교인 만큼 학교의 실내공기질 개선은 학생들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학교들을 관리·감독하는 주체가 교육청이므로 교육청은 공기순환기 관리에 대한 책임을 학교장에게 미루지 말고, 교체,청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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