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김장족’이 되다

2023. 11. 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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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엔 여름날 같았던 게 엊그제인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렇게 겨울이 다가오면 어른들은 김장이라는 숙제를 앞둔 학생들처럼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11월 초부터 시장 입구에 소금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속이 꽉 찬 배추에 실한 다발무, 각종 젓갈들까지 들어차니 이제 또 김장철이 됐구나 몸소 느끼게 된다.

김장은 이렇게 여럿이 모여 함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공동체 중심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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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엔 여름날 같았던 게 엊그제인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렇게 겨울이 다가오면 어른들은 김장이라는 숙제를 앞둔 학생들처럼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금이야 반찬이고 뭐고 사 먹는 집이 많아졌다지만 아직도 김장은 대한민국 주부들의 큰 연례행사다. 

5일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배추가 판매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나는 대형마트가 지척이고, 그 맞은편엔 전통시장이 있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북적이는 시장통이나 상인들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면 명절은 물론이고 대보름, 복날 등 조상 대대로 챙겨야 하는 대소사를 저절로 알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11월 초부터 시장 입구에 소금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속이 꽉 찬 배추에 실한 다발무, 각종 젓갈들까지 들어차니 이제 또 김장철이 됐구나 몸소 느끼게 된다.

정부에서는 민생안정을 위해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다양하게 마련했다.(출처=KTV)

그러나 문제는 가볍기만 한 주머니 사정이다.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지속되고 올 여름엔 장마와 태풍 폭염까지 휩쓸고 갔으니 농산물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이달 초 농식품부에서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할인지원과 유통업체 자체 할인을 연계해 최대 50~60% 저렴한 가격으로 주요 김장재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김장에 필요한 농산물 1만1000톤과 천일염 1만 톤을 시장에 공급하고, 농수산물 할인지원을 위해 올해 245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이만 먹었지 요리엔 영 솜씨가 없는 나는 올해도 여전히 친정엄마, 엄마의 친구 분과 함께 김장을 하기로 했다. 김장은 이렇게 여럿이 모여 함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공동체 중심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바 있다. 

나는 짐꾼 노릇을 충실히 하며 엄마와 친구 분을 따라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새삼 ‘김치에 이렇게 많은 제철 재료가 들어가는구나’ 감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의 활약이 돋보인 부분은 바로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이다. 

충전식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10%를 절약할 수 있다.

엄마와 친구 분은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전통시장 상인들은 현금을 사용해야 좋아하신다면서 현금 사용을 원칙처럼 생각하고 계셨다. 그러나 때가 어느 때인데… 나는 두 분의 휴대폰에 온누리상품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드리고 충전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각각 50만 원을 충전한다고 하셔서 해드렸는데, 통장에서 45만 원만 빠져나가는 걸 보더니 너무나도 좋아하셨다. 왜 안 그럴까? 요즘처럼 돈 쓸 일 많은 시기에 10%라는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 충전식이 아닌 지류상품권 또한 올해 말까지 1인당 월간 30만 원까지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한편, 나처럼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대형마트를 이용하더라도 작년보다 저렴하게 김장을 할 수 있다. 바로 ‘농수산물 할인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채소류는 최대 50%까지, 천일염은 30%,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 수산물은 최대 60%까지 할인이 된다고 하니 가까운 전통시장이나 마트에 들러 가격부터 확인해보면 어떨까 싶다. 

김장은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출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나는 짐꾼과 기사 노릇을 충실히 마치고 엄마와 친구 분이 배추를 절여놓으면 우리 ‘김장 용사’들은 다시 만나기로 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 수고로운 김장이라는 일을 우리 엄마들은 왜 기어이 하는가? 

어쩌면 사 먹는 게 더 편리하고 저렴하겠지만 이렇게 모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세대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이런 일이 아니면 또 언제 있을까. 유네스코가 김장문화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새삼 김장이라는 것이 참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김장을 마치고 나면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nan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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