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영의 이제 좀] 송영길과 한동훈의 엉뚱한 혐오표현 다툼
[미디어오늘 황두영 작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고 공격했다. 한동훈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는 맥락이었다. 이에 한동훈은 11일 송영길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며 국민들을 가르치려 든다”며 입장문을 내 반박했다.
내가 주목한 점은 한동훈이 본인의 입장문에서 송영길의 발언은 '혐오스피치'라고 규정한 점이었다. 혐오스피치, 더 정확한 말로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모욕·위협 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다.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어크로스, 2018. 31쪽) 혐오표현은 단순히 한 개인으로서 당하는 인신공격과는 다르다. 이는 특정 인종, 종교, 성별 등 '소수자로서의 특징'을 빌미로 공격하는 표현을 말한다. 여기서 '소수자'는 단순히 구성원이 적다는 뜻을 넘어, 사회적 권력이 적고 차별받는 대상을 뜻한다.
본인을 향한 공격을 '혐오스피치'라고 한 한동훈의 규정은 송영길의 발언이 단순히 한동훈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나이에 의한 차별'이란 뜻이다. '나이'는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입법에 소극적인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안에서도 핵심적인 차별금지 요소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법무부장관이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차별은 복합적이기에 권력자도 어떤 경우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독일의 메르켈이 성차별의 대상이 되거나, 미국의 오바마가 인종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송영길의 발언은 법무부장관의 국회 발언을 내용이 아니라 나이를 빌미로 비판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혐오표현의 외형을 가진다.
그런데 한동훈이 사회적 소수자라서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됐다는 건 사실 별로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한동훈은 1973년생으로, 올해 쉰 살이다. 우리 사회에서 50대가 특별히 인구수가 적거나 사회적 권력이 없는 나이일까.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권력이 몰리기 시작하는 나이일 것이다. 가령 20대 정치인에 대해 어리고 건방지다고 얘기했다면 그건 명백한 혐오표현이겠지만, 한국사회에서 '50대에 대한 나이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혐오표현은 한 사회에서 구조적 차별이 어떤 양상으로 일어나는지와 연관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
그렇기에 송영길의 발언은 현실인식조차 잘못된 '잘못 겨냥된 혐오'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장관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백만 가지 방법 중 가장 별로다. 한동훈은 쉰 살 주제에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50대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86들이 영원한 도전자를 자처하는 86 중심의 세계관에서, 도대체 얼마나 늙어야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될까?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평균 49.4세다. 그리고 1980년대생까지도 기업의 희망퇴직 대상자에 오른지도 이미 오래다. 한국에서 노동자들은 너무 빨리 늙는데 정치인들은 도통 늙지 않는다.
자신을 향한 발언을 굳이 '혐오스피치'라고 규정하는 한동훈도 참 낯뜨겁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이도 흔치 않을 것이다. 차별받는 처지까지 훔쳐가려는가? '어린 놈' 한 마디 때문에 한동훈이 차별 받아서 안쓰럽다 공감해주기엔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일상적으로 겪는 혐오와 차별이 너무 매섭다. 한 장관은 입장문에서 “시대착오적인 혐오스피치”라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의 주무장관인 법무부장관 아닌가? 그가 차별금지법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의 말을 조금은 믿어보겠다. 1년 5개월 째 한동훈 법무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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