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음악감독 정재일 “전통악기 연주 땐 록 밴드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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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음악감독 정재일(41)은 스스로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칭한다.
"전통 악기를 무대에서 구현할 때면 '록 밴드'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더 자유로워지고, 디테일에 얽매이기보다 전체적인 구성과 역동성에 신경을 쓰게 돼요." 그는 "꼬마 때부터 전통음악과 사랑에 빠졌고, 깊이 들어가면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30년 이상 판소리와 무속음악, 정악에 빠져 지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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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되기 전에 헤비메탈도 하고 싶어”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음악감독 정재일(41)은 스스로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칭한다. 음악을 대학에서 배운 게 아니란 이유다. 중학생 시절 서울 재즈아카데미에 다닌 게 그가 받은 정식 음악교육의 전부다. 고등학교도 가지 않았다.
“지금도 자신감이 없을 때가 많아요. ‘내가 교육을 받았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합니다.” 그는 “근본이 없어도 새롭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한다”며 웃었다. 다음 달 15~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재일 콘서트’를 여는 정재일이 13일 기자들을 만났다.
공연은 세 덩어리로 꾸민다. 영화·드라마 음악, 올해 발표한 앨범 ‘리슨’과 디지털 미니앨범 ‘어 프레이어’, 그리고 전통음악이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브로커’에 나오는 음악은 20분 분량 메들리로 편곡했다. 지난달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버전이다. 그는 “기승전결 드라마가 느껴지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전통음악이 주축이란 점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전통 악기를 무대에서 구현할 때면 ‘록 밴드’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더 자유로워지고, 디테일에 얽매이기보다 전체적인 구성과 역동성에 신경을 쓰게 돼요.” 그는 “꼬마 때부터 전통음악과 사랑에 빠졌고, 깊이 들어가면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30년 이상 판소리와 무속음악, 정악에 빠져 지냈다”고 했다. 대금 이아람, 가야금 박순아, 아쟁 배호영, 소리꾼 김율희, 사물놀이 느닷(NewDot) 등 독보적 기량의 연주자들이 협연자로 나선다. 정재일은 “20년간 함께해온 전통음악 연주자들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공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꾸린 25인조 오케스트라 ‘더 퍼스트’도 합류한다.
7곡이 담긴 최신 앨범 ‘어 프레이어’도 전통음악이다. 소리꾼의 소리에, 장구, 꽹과리, 오케스트라가 함께했고, 진도 씻김굿과 비나리가 들어있다. 그는 “비나리와 씻김꿋은 행복을 빌고 액운을 물리치라고 기도하는 음악인데,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런던 심포니 협연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인 이 곡들은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런던 공연 피날레에서 모든 분이 환호하는 모습에서 우리 전통음악의 강렬한 힘을 느끼게 됐다”며 “오래 전부터 유럽에 나가면 우리 전통음악이 열렬히 환호받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했다.
‘자신만의 음악을 만든다면 어떤 음악을 내놓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전통음악을 핵심으로 꼽았다. “제가 즐겨 듣는 것들의 짬뽕이 될 것 같군요. 전통적인 게 핵심이고,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현대 음악도 담겨있을 겁니다.” 그는 “제가 헤비메탈 밴드 출신인데 이제 할아버지가 되면 못하니까 헤비메탈도 빨리해봐야겠다"며 웃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 작품 ‘미키 17’과 ‘오징어 게임2’도 그가 음악을 맡았다. 그는 “두 작품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하면 워너 브러더스와 넷플릭스에서 내용증명을 받을 수도 있다”며 “다만, 굉장히 즐겁고 감사하게 작업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너무 안타까워 김민기 선생님이 귀찮아하실 것을 알면서도 제 공연을 꼭 보러와 달라고 했더니 ‘고민해보겠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그는 “학전 작품들은 김민기 대표를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들”이라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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