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조지핀 탄 HP 퍼스널시스템 컨슈머솔루션 사장 | “업무용 PC를 캠핑장 TV로…세계 유일 이동식 올인원 장치”
글로벌 PC 기업 HP는 10월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본사에서 혁신 신제품을 공개하는 ‘HP 이매진 2023’ 행사를 열고 세계 첫 야심작을 공개했다. 그 주인공은 손쉽게 옮겨 다닐 수 있는 23.8인치 올인원(All-in-One·일체형) PC ‘엔비 무브(move)’다. ‘엔비’는 HP의 프리미엄 PC 라인을 뜻한다. 여기에 HP는 제품을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의미로 ‘무브’라는 이름을 붙였다.
HP는 이 PC를 두고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와 ‘똑똑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기자가 이날 엔비 무브 데스크톱을 평평한 바닥에 놓자, 화면 밑에서 다리 받침대가 90도로 튀어나왔다. 얇은 받침대임에도 데스크톱이 견고하게 세워졌다. 데스크톱을 바닥에서 떼니 받침대는 저절로 접혔다. 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앞장선 조지핀 탄(Josephine Tan) HP 수석 부사장 겸 퍼스널시스템 컨슈머솔루션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혁신 폼팩터를 적용하기 위해 HP 특허 기술 두 개가 적용된 다리 받침대와 경첩을 개발하는 데만 1년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엔비 무브는 이동성을 강조한 PC인 만큼 자석 손잡이를 제품 뒷면에 달아 한 손으로도 쉽게 들어 옮길 수 있었다. 무게는 4.1㎏. PC 뒷면에는 키보드 등 부속품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가 달려있다. 무선 사용은 최장 4시간 동안 가능하다. 화면엔 QHD(초고화질) 터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키보드가 없어도 터치로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 데스크톱 내장 카메라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다. AI 기반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로 사용자가 카메라 앞을 떠나면 화면이 자동으로 꺼진다. ‘프라이버시 셔터’가 장착돼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카메라를 잠가놓을 수 있다고 HP 측은 설명했다.
탄 사장은 “엔비 무브는 세계 유일의 이동식 올인원 장치”라며 “하나의 PC를 집 안과 사무실, 운동 장소, 휴양지 등 어디로든 쉽게 옮겨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 일종의 ‘생활 동반자’ 역할도 할 것”이라 말했다. 30년 경력의 탄 사장은 1990년대 세계 3대 PC 회사였던 컴팩컴퓨터의 엔지니어로 업계 첫발을 들였고, 2014년부터 HP에서 소비자용 PC 사업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HP의 PC 시장점유율은 21%로, 레노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PC 업체 중 3분기 성장세를 보인 건 HP가 유일하다. 탄 사장에게 ‘엔비 무브’ 개발 과정부터 HP의 PC 사업과 글로벌 PC 시장 전망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첫 이동식 올인원 PC인 점을 강조하는데, 이번 제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대로 된 다리 받침대를 구현해 내는 게 제일 어려웠다. 이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우리 목표는 데스크톱을 놓을 때 별도의 다리 지지대를 마련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바닥에서 받침대가 나와 제품이 세워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많은 기술력을 쏟고 공을 들였다. 경첩이 제품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표면에 닿았을 때 받침대 각도가 직각이 되는지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여러 실험을 거쳤다. 이동성을 강조한 만큼 무게중심을 맞춰 받침 기술을 완성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최근 노트북 외에도 이동성을 강조한 TV 등 전자 기기가 여러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다. HP가 이 제품을 개발한 이유와 차별점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때였다. 당시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택하면서, 사람들이 노트북을 들고 집 안을 옮겨 다니며 업무를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때 떠오른 질문이 ‘노트북처럼 옮기기 쉬우면서도 더 큰 화면으로 일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였다. 그래서 23.8인치 이동식 올인원 PC를 고안해 냈다. 이 제품의 차별점은 명확하다. 타사 제품 대부분은 단순히 내장 배터리를 넣어 이동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대체로 그 기기를 넣을 가방이 따로 필요하다. 결국 사용자는 이동 후 제품을 가방에서 꺼내고, 제품을 켜는 두 단계를 거쳐야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HP는 제품 자체에 다리 받침대를 달아 사용자가 ‘원 스텝(One-Step)’으로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한 손으로도 제품을 쉽게 들고 이동할 수 있게 한 것이 큰 차별점이다.”
이 제품의 타깃 소비자는 누구인가.
“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부터 영화와 오락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집 안 곳곳을 옮겨 다니며 자유롭게 큰 화면으로 업무를 볼 수 있고, 혼자 영화를 보다가 간편하게 이 제품 하나만 들고 친구 집에 놀러 가 함께 게임할 수도 있다. 화면을 보면서 무언가를 배우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이 제품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보다 화면이 커 아이가 눈을 찌푸리지 않고도 편하게 화면을 본다. 또 제품 이동이 쉬워 쉽게 자리를 옮겨 아이의 집중력을 환기할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
“한국은 게임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HP에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올해 한국 내 PC 시장 규모는 20% 이상 줄어든 반면 게임용 PC 시장은 규모를 키우고 있다. 그래서 HP는 어떻게 하면 한국 게이머들과 크리에이터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 게이머들은 젊은 편이고 게임 경험을 공유하는 걸 즐기는 성향을 보인다. 소셜미디어(SNS) 게시물만 봐도 한국 게이머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 시장과 매우 다르다. 이런 독특한 소비자 특성에 맞춰 우리는 장치를 더 간편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고, 마이크와 카메라 등 주변 기기가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게이밍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게이머 사이에서 HP 제품의 인기가 유독 높다고 들었다.
“게임용 PC에서 HP는 높은 성능을 특히 중시한다. 이 성능은 단지 실행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게임 중 장비가 과열되지 않도록 설계 단계부터 매우 많은 공을 들인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HP 게이밍 제품에는 장치 내 공기 흐름이 적절한지, 열 성능이 최상의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센서가 있다. 또 HP는 게임용 주변 기기 브랜드인 ‘하이퍼X’를 2021년 인수함으로써 게임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조명을 아주 간단한 제어만으로 공통 플랫폼에서 통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지난 2~3년간 우리는 게임용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고 그 결과 HP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구축했다고 본다.”
글로벌 PC 시장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데, PC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나.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올해부터 PC 시장이 회복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본다.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면서 시장 재고 수준도 많이 낮아진 상태다. 다만 분야별로 보면 일반 소비자용 PC 시장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게임용 PC가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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