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공심폐기 상용화 나선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 | “에크모 국산화 도전장…수입 대체 넘어 수출국 이끌 것”
심장박동이 멈추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는 환자의 폐와 심장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 순환기 기능을 돕는 일종의 인공 생명 유지 장치다.
에크모는 심폐 부전이나 심정지 등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체내 혈액을 환자 몸 밖으로 빼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환자 몸 안에 넣어주는 순환 기능을 한다.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해 심장과 폐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에크모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아직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에크모 개발과 상용화에 나서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재생의료 전문기업 시지바이오는 삼성서울병원, 강원대 공대, 인성메디칼과 협력해 2025년까지 구급차 내부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에크모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지바이오는 개발이 어려운 에크모 개발에 어떻게 도전하게 되었을까.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심폐기 개발 사업’은 2020년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 사업 개발에는 5년간 76억원이 투입된다. 사전 기초연구는 국내에서 에크모 시술을 가장 많이 하는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연구책임자) 주도로 진행됐다.
시지바이오는 사업 1단계에는 참여 기업 자격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오는 2025년까지 사업 2단계부터 주관 기관을 맡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건 의료 위기 상황에 대처할 제품 개발과 사업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시지바이오의 유현승 대표 연구 주관하에 김성현 개발센터장, 이동기 책임연구원(파트장) 등이 힘을 합쳐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에크모 혈액 펌프는 혈액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연속 흐름(비박동형) 펌프가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시지바이오가 개발하는 혈액 펌프는 심장에서 생성되는 자연적인 심장의 박동을 모방해 심장과 유사한 흐름의 리드미컬함이 특징인 박동형으로 설계됐다. 개발 중인 에크모 장비는 실제 심장과 유사하게 박동성을 유지하는 ‘차세대 박동형 펌프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것이 가장 주요한 특징이다.
유 대표는 “메르스, 코로나19 등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거치며 에크모 수요는 증가했지만, 해외 제조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수입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한국은 장비난에 시달렸다”며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에크모를 국산화해 감염병 발생 시 응급의료 대응과 보건 안보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크모 개발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에크모 국산화 개발 사업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여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중환자 치료의 필수 장비 에크모는 독일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에크모는 국내 기준으로 400여 대가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지만, 장비 및 재료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자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비용 부담이 컸다.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하는 만큼 안전성과 정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산화 시도의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에크모가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낭비된다. 긴급 상황에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6시간 작동이 가능한 휴대형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시지바이오가 개발 중인 에크모 장비는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
“대부분의 에크모 혈액 펌프는 혈액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연속 흐름(비박동형) 펌프가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하는 혈액 펌프는 심장에서 생성되는 자연적인 심장의 박동을 모방해 심장과 유사한 흐름의 리드미컬함이 특징인 박동형으로 설계됐다. 실제 심장과 유사하게 박동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차세대 박동형 펌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쉽게 말해 사람의 심장에서 생성되는 자연적인 박동과 유사한 패턴을 생성해 생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순환 유지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차세대 박동형 펌프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박동형 펌프를 이용한 에크모는 혈액에 박동 흐름을 생성하는 펌프 유형인데, 이는 우리 몸에 더욱 효율적으로 산소와 혈류를 공급해 줄 뿐 아니라 심장과 폐의 부담도 덜어주는 장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동형 펌프는 비박동형 펌프보다 좀 더 생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 패턴을 제공하고 잠재적으로 다양한 기관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또 생리학적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흐름 패턴을 제공해 혈전 형성, 과도한 출혈과 응고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출혈 장애인 후천적 폰 빌레브란트 증후군 같은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휴대용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것이 기대되나.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은 전력이 부족한 병원 밖 환경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용으로 개발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고 발생 현장이나 의료 서비스 낙후 지역에서 에크모를 손쉽게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되는 것이다. 에크모를 앰뷸런스에서는 물론 사고나 재해 현장에서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 개발을 통해 얻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휴대용 에크모는 일정 기간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심장과 폐 기능을 유지해 병원이나 밖에서 생명 구조 및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심장 원리를 이용한 박동형 이중 펌프 생명 보조 장치다. 기존 에크모보다 가볍고, 가격이 저렴하며, 사용하기가 용이하게 만들 것이다. 의료진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정 기능을 갖춘 합리적 가격대의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2025년 말까지 구급차 내부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완료하겠다. 또 에크모 개발에 적용한 ‘박동형 펌프 시스템’을 활용해 심장 보존 장치 장비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미국 의료 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이 독점 중인 미국 골 대체재(인공뼈) 시장에 맞설, 국내 최초 골 대체재 ‘노보시스’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다. 향후 계획은.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 유럽, 호주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척추 수술 비율 증가로 인한 골 대체재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인도나 중국 등지의 국가들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시지바이오
본사 서울 용산구
사업 의료 기기 개발·제조업 및 조직가공처리업
창업자 유현승 대표
설립 연도 2006년 1월
매출액 1297억원(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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