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급반등하던 아파트 시장, 이제 숨 고르기 시작되나
그동안 거침없는 반등세를 보여온 아파트 시장도 이제는 한풀 꺾일 것 같다. 따라서 아파트값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실수요자들은 매수 시기를 늦추고 관망하는 게 좋다. 다만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에 고분양가 등으로 조정을 심하게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는 눌림목 부근에서 진입 맥점을 찾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미 많이 오른 아파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데드캣 바운스’ 논란에서도 올 들어 8월까지 12.4% 급반등했다. 상반기에 이미 10%가 올랐으니 반등세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아파트값이 급락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된 데다 1·3대책, 특례보금자리론, 15억원 대출 제한 폐지 등이 작용했다. 9월 잠정 수치가 0.64%인 점을 미뤄 상승률은 둔화하겠지만 오름세는 지속할 것이다. 이는 전국(이하 9월 잠정치 0.53%)이나 수도권(0.69%), 지방(0.15%)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 들어 8월까지 누계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5.13%, 수도권은 8.56%, 지방은 1.7% 상승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 실거래가 기준 아파트 가격지수는 고점(2021년 10월) 대비 전국은 85.7% 수준으로 올라왔다. 서울은 84.7%, 수도권은 82.2%, 지방은 90.1%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지금 아파트 시세는 2020년 10월에서 2021년 1월 사이 수준이다. 실거래가와는 달리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표본조사 통계는 올해 누계로 상승 반전이 여의찮을 것 같다. 9월까지 아파트는 전국 기준 가격 등락 폭이 –4.9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역시 -2.54%다.
다세대, 연립주택은 깊은 수렁
아파트보다 다세대, 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다세대, 연립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8월까지 누계로 전국 기준 1.37% 오르는 데 그쳤다. 8월 한 달간 소폭 하락(-0.06%)한 수치도 반영되었다. 9월 잠정치가 0.13%로 소폭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반등 에너지가 약하다. 아마도 다세대, 연립주택은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세입자는 전세 사기 여파로 다세대, 연립주택 전세를 꺼린다. 오히려 주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월세를 원한다. 하지만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전세 세입자를 받아야 한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다세대, 연립주택은 소규모 단지가 많아 거래가 거의 없다. 매입하고 싶어도 정확한 시세 포착이 어렵고 적정가격을 알아내기 어렵다. 이런 상황으로 수요가 뜸한데, 전세 사기 여파까지 겹쳤으니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이다. 앞으로 다세대, 연립주택은 될 수 있는 대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굳이 투자하고 싶으면 ‘할인 매장’인 법원 경매를 활용해 매입가를 낮추면 좋다. 경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파트 가격이 곧 조정을 받을 수 있으니 다세대, 연립주택은 관심을 접고 아파트 급매물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파트 거래량은 줄고 매물은 늘고
아파트 매물 건수는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지표다.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거래량은 매수자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거래량이 줄었다는 것은 매수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거나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358건으로 전달(3849건)보다 줄었다. 10월 거래 건수도 10월 말 현재 1091건에 그친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은 계약 후 30일이다. 따라서 11월 말까지 집계한다고 하더라도 10월 거래량은 많아야 2000건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다. 부동산 앱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부동산중개업소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물은 10월 말 기준 7만8406건에 달한다. 지난해 말보다 54.7% 늘어났다. 매도자들은 팔려고 하는데 매수자들이 뜸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심각한 소화불량 정도는 아니지만, 연말로 갈수록 매물 적체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최근 들어 집값 상승도 주춤하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곧바로 내림세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매물이 늘어도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10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의 경우 전달보다 2포인트 내린 108로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이는 1년 뒤에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냉각되고 있어 주택가격전망지수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은 최근 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7%까지 올라가고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 등 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속도 조절 영향을 받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시장 불안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들어 아파트 시장은 공급 요인 못지않게 금리나 유동성, 통화량 등 금융 변수의 영향이 커졌다. 아파트 시장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금융 상품처럼 사고파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연말, 내년 초 약세 전환 가능성
서울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는 연말까지 상승 폭이 13~1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락분 22%를 상당 부분 만회하는 것이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안도하겠지만 내 집 마련 수요자는 저가 매수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갈수록 계륵 장이 되고 있다. 4분기 들어 대출 속도 조절과 금리 상승, 급매 소진, 역전세난으로 상승률은 둔화할 것이다. 상승 기대 심리가 있어 매물 증가나 갭투자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약세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소강 속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매물이 쌓이면 집값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약세 전환 시기를 연말 혹은 내년 초 정도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굳이 지금은 무리하게 집 사기에 나서지 말고 싼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는 게 좋다. 고점(2021년 10월) 대비 25~30% 떨어진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설적인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집을 꼭 사야겠다면 타이밍을 너무 재지 않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사람들이 정보를 동시에 받아보니 떼를 지어 이리저리 쏠려 다닌다. 군집 행동이 요즘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특성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그러니 한발 늦은 뉴스나 유튜브에 의존해 판단하기보다는 장바닥 시세 흐름을 주목하기 바란다. 타이밍을 재기 어렵다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가격 메리트를 주시하라. 내가 원하는 가격대가 오면 매수하는 것이 좋다. 타이밍만 재다가 매수 기회를 놓친 올해 초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헐값 세일 기간을 놓치지 말라는 얘기다. 그리고 내 집 마련의 초점은 타이밍보다 가격 메리트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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