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다섯 가지 요인
미국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9%(연율 환산치·전기비)로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작용한 2021년 4분기(7.0%)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2분기(2.1%)의 두 배를 웃돌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10월 26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 등은 모두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흐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그만큼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이유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저정학적 위기가 돌발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으로 인한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 과열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연준은 연 5.25~5.50%인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5% 부근까지 올랐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전쟁 대응과 국내 인프라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적자 재정을 확대하는 것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출자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경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 운용사인 핌코(Pimco)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필자는 이런 복잡하고 불확실성투성이인 경제 상황이 치명적인 금융 위기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비전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 일정 등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필자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도 기업, 정부, 투자자들이 마주한 글로벌 환경은 안개가 자욱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초래하고 어린이를 포함한 수천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나는 이에 대해 언급하려고 한다. 만약 지정학적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되더라도, 다섯 가지 경제 및 금융 요인으로 인해 많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다.
첫째, 세계경제의 주요한 성장 동력이 제한되고 있다. 유럽이 경기 침체 직전에 놓이고 중국이 주춤하면서 미국 경제가 글로벌 성장의 주축으로 부상했다. 이는 특히 2023년 3분기에 더욱 분명해졌으며, 미국은 인상적인 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의 성장 전망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지난 15개월 동안 미국 경제의 변화 방향에 대한 진단은 ‘연착륙, 경착륙, 불시착, 무착륙’의 네 가지 시나리오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현재는 미국이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앞으로 몇 주 동안 경착륙 쪽으로 전망이 기울 수도 있다.
성숙한 제도와 다변적 생산 기반을 갖춘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전망도 이렇게 쉽게 바뀌는 상황에서 나머지 세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큰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전망은 하나의 정점과 가느다란 꼬리가 있는 정상적인 종 모양의 분포 대신 양쪽 끝에 뚱뚱한 꼬리가 있는 다변량 분포처럼 보이며, 이는 극단적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큼을 보여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고든 브라운, 마이클 스펜스, 리드 리도 그리고 내가 신간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영구적 위기)’에서 주장한 것처럼, 발전형 인공지능·생명과학·청정에너지의 발전은 생산성과 잠재적 GDP 성장률을 크게 높일 잠재력을 안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련의 악순환이 연쇄 효과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둘째, 이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여정 자체도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가장 즉각적인 위험은 미 연준과 다른 주요 중앙은행이 당초 잘못 진단한 인플레이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시장이 높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에 적응하면서 최근 글로벌 차입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이러한 금리 전망이 지속되면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혼란의 위험이 커진다. 우리는 지난 3월 대차대조표 관리 부실과 은행 감독 부실이 미국 일부 지역 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졌을 때 이 현상의 초기 징후를 보았다.
넷째, 글로벌 경제 그리고 미국 국채 시장과 같은 주요 금융시장은 현재 성장 동력, 정책 신뢰도, 금융 흐름의 안정화 등의 닻이 없다.
경제정책이 정치적, 지정학적 전략에 더욱 종속됨에 따라, 이미 희미한 글로벌 성장 전망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통화정책은 균형 금리 수준과 집중적 금리 인상의 지연된 효과에 대한 신뢰도 위협과 구조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효과적인 정책 프레임워크의 부재는 공급망 유연성이 부족한 세계경제에서 적절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
재정 적자가 늘어나고 이자 지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 누가 이를 흡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연준은 사실상 무한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능력과 낮은 가격 민감도 때문에 10년 이상 미국 국채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매수자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기타 과잉으로 인해 ① 양적 완화에서 양적 긴축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순매도자가 되었다. 해외 매수자들도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② 연기금과 보험사 등 많은 국내 기관투자가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여 상당한 시가 평가 손실을 입었다. 이러한 경제적·정책적·기술적 닻이 없다면 글로벌 경제와 자본시장은 거칠고 예측할 수 없는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이제 글로벌 불확실성의 다섯 번째 요인인 기후변화와 경제적 불평등 확대 같은 장기적인 위기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러한 문제는 해결이 늦어질수록 궁극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대응 미흡은 앞으로 더 복잡한 경제적·정치적 장애물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퍼머크라이시스’에서 언급했듯이, 오늘날의 세계는 세 가지 커다란 실패의 영향을 받았다. 지구를 존중하는 일관되고 포용적인 성장에 대한 반복적인 실패, 반복되는 국내 정책 오류, 집단적 행동이 필요한 시기의 글로벌 정책 조율 부재가 그것이다. 이러한 실패는 경제적·재정적·제도적·사회정치적·지정학적 측면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가 나쁜 소식이다. 반면 좋은 소식은 우리에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날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주요 변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비전 있는 정치적 리더십과 우리가 함께 직면한 도전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이러한 리더십이 없다면 우리 자녀와 손주들에게 경제 및 금융 불안정, 국내 정치 불안, 지정학적 혼란에 시달리는 세상을 물려줄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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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양적 완화(QE·Quantitative Easing)는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다. 발권력을 동원,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시장 붕괴를 막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채와 모기지증권(MBS)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 완화를 실시했다.
반대로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은 중앙은행이 매입한 채권의 만기가 다가왔을 때 재투자하지 않거나 보유하던 채권을 만기 전에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뜻한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지향적 정책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각하면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다.
②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긴축으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은 채권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5.50%로 인상한 지난 7월 이후 전 세계 채권 손실액이 4조달러(약 5420조원)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289개 미국 은행에서 5000억달러(약 677조6000억원)의 미실현 채권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지난 3월 미국 중형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보유 국채의 자산 가치 하락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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