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무고'로 명예살인 당한 노교수…사과는 없었다 [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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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6년 11월14일, 민속학 권위자인 서모(80) 교수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권씨, 만남 거절당하자 '성폭행 무고'━검찰에 따르면 서 교수와 권씨의 악연은 사건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모종의 사연으로 관계가 틀어지면서 권씨가 서 교수를 무고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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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6년 11월14일, 민속학 권위자인 서모(80) 교수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 고소인은 무속인 권모(38)씨. 그는 서 교수의 성폭행을 증명할 녹취와 자신의 옷에서 발견됐다는 정액을 증거로 제출했다.
서 교수는 "권씨를 성폭행한 적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다만 무죄 추정의 원칙은 법전에나 있을 뿐이었다.
서 교수가 재직한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는 권씨가 제출한 정액이 서 교수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나오자 학교 측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대학 본관에서 "교수가 한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했으나 학교 측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일단 검찰의 수사를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였지만, 총여학생의 강력한 반발에 이듬해인 2007년 1월30일 결국 서 교수를 직위 해제했다. 우리 무속과 토테미즘, 샤머니즘을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친 노학자의 명예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해 2월26일. 검찰은 서 교수에게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권씨를 무고죄로 고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권씨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취와 정액 모두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권씨의 치마에서 검출된 정액도 사건 당일이 아닌, 한달 전쯤 묻은 것이었고, 녹취도 그동안 짜깁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50여년간 무속인 3000여명과 만나 자문을 얻어온 서 교수는 권씨 역시 연구자와 자문 위원으로 만났다.
다만 모종의 사연으로 관계가 틀어지면서 권씨가 서 교수를 무고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권씨는 당시 서 교수를 보러 학교를 방문했지만, 만남을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불기소 처분받은 서 교수에게 복직을 요청했다. 다만 서 교수는 끝내 교단에 복귀하지 않고 2009년 7월14일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태를 키운 총여학생회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고인이 원하지 않아 공개하지 못한 녹취와 명백한 성폭력의 증거가 있다"며 검찰의 수사를 부정했다.
피해자가 무고로 기소됐다는 언론 보도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며, 사실을 왜곡·삭제하고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특히 그간 서 교수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사건을 공론화해 온 총여학생회는 돌연 "성폭력 사건은 함부로 공론화하면 안 된다"며 침묵을 택하는 아이러니도 보여줬다.
총학생회까지 나서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총여학생회와 일부 단과대 학생회는 교수님과 학교 구성원의 명예를 실추한 점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하자, 총여학생회는 뒤늦게 장문의 성명서를 냈다.
다만 성명서 어디에도 서 교수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총여학생회는 "사과를 하게 되면 우리 입지가 좁아지는 '독이 든 사과'를 먹게 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성폭행당했지만 입증하지 못해 억울하게 내몰리는 피해자도 많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숱한 논란만 남긴 총여학생회는 결국 2021년 해산됐다. 폐지를 놓고 치러진 투표에서 63.45%의 찬성을 받아 폐지됐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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