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리폼한 업자에 배상 판결...법학 교수 “헤진 바지 잘라도 돈 내야 하나”

이가영 기자 2023. 11. 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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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클라이언트 케어 이미지. /루이비통 홈페이지

루이비통 가방을 잘라 지갑으로 리폼해 준 업자가 1500만원을 물어주게 된 법원 판결을 두고 전문가는 “무릎이 헤진 바지를 잘라서 반바지 만들어 입고 다니면 바지 제조사에 로열티를 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상표법을 포함한 모든 지적재산권에는 소진원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물건을 팔 때 로열티를 받았다면 그 물건에 깃든 지적재산권이 소진되었다고 보고, 이후에 그 물건이 어떻게 이용되거나 판매되더라도 추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없다는 원리다. 박 교수는 “이 때문에 우리가 휴대전화를 중고로 판다고 해서 그 안에 들어간 부품의 특허권자들에게 로열티를 떼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루이비통은 처음 가방을 만들어 팔 때 자신의 상표에 대한 가치를 포함해서 물건값을 받았고, 이 가방을 산 사람이 이것을 고쳐 쓴다고 해서 또 로열티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루이비통 제품이 아닌 물건에 루이비통 상표를 붙여 혼동시킬 경우, 즉 ‘짝퉁’ 물건일 경우에만 상표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리폼 루이비통 지갑을 만들려면 순정 루이비통 가방을 사야하기 때문에 루이비통 입장에서 경제적 손해가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리폼업자는 물건을 판 적이 없다. 고객들의 물건을 고쳐줬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이 자신의 지식, 손재주, 열정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을 각종 규제가 막아설 때마다 경제 양극화는 계속 방치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재판장 박찬석)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A씨는 루이비통의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루이비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A씨는 2017~2021년 고객이 건네준 루이비통 가방 원단을 인용해 크기, 형태, 용도가 다른 가방과 지갑을 제작했다. 리폼 제품 1개당 10만~70만원의 제작비를 받았다.

루이비통은 A씨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작년 2월 소송을 냈다. A씨는 같은 형태의 물품을 반복해서 생산하는 ‘양산성’을 갖추지 않았기에 리폼 제품이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방 소유자가 리폼 제품을 루이비통 원제품과 혼동할 우려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리폼 제품이 현실적으로 유통되지 않았고 양산성이 없다고 해도, 제3자가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A씨가 루이비통의 상표를 사용한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또, 리폼 제품이 교환가치가 있기에 상표법상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판결 내용에 대해 네티즌들은 “내가 산 내 가방을 내가 수선해서 쓴다는데 이게 상표법 위반이냐” “이제 비싼 돈 주고 산 명품 낡으면 남의 도움 받아서 고쳐 쓰지도 못하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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