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희생자의 사실혼 배우자·양자도 유족으로 인정하는 법안, 이달 중 발의

박용필 기자 2023. 11.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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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열린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 회원들이 4·3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제주 4·3 희생자의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입양자들도 유족으로 인정받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14일 행정안전부는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사후 혼인신고 특례’와 ‘사후양자 신고 특례’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달 중 해당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4·3사건의 피해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던 사람은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과 희생자의 양자로서 입양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도 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입양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희생자와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배우자, 그리고 희생자의 입양자도 유족으로 인정받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다만 이미 형성된 가족관계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특례의 적용 기간을 법 시행 후 2년으로 하고 신고요건 등을 엄격히 제한한다.

제주 4·3 사건 희생자는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2000년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유족 상당수는 여전히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특별법은 당초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두었지만 정정신청 절차를 규정한 시행령은 신청 대상과 범위를 ‘희생자’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사망일자 정정으로만 한정했다. 즉 유족들의 가족관계등록부는 정정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탄압이 두려워 가족관계등록부를 없애거나 다른 이의 가족처럼 등록부를 꾸민 유족들의 경우 유족으로 인정을 받지도, 보상을 받지도 못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유족의 가족관계등록부도 정정이 가능하도록 관련 시행령이 개정됐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유족으로 등재되지 않은 유족들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실이 입증되면 유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 법 개정을 통해 혼인신고가 안된 사실상의 배우자나, 친족이 아닌 입양자도 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실이 입증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내년 초까지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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