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매력적 악당 우려했지만…황정민은 달랐다"[인터뷰]
"황정민, 악역에 한치의 틈도 용납 않고 연기"
김성수 감독은 영화 ‘서울의 봄’ 개봉을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하나회라는 군 내 사조직을 이끌었던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일으켰던 군사 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 시사회 이후 평단과 매체의 극찬을 이끌어내면서 입소문의 힘을 받아 개봉 열흘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성수 감독의 전작 ‘아수라’에서 호흡을 맞춘 황정민과 정우성이 출연했다. 황정민이 당시 군사 반란을 주도한 실제 인물 전두환을 모티브로 만든 가상 인물 보안사령관 ‘전두광’을 맡아 민머리 특수분장으로 역대급 비주얼, 연기 변신을 꾀했다. 정우성은 군사반란으로부터 서울을 지켜내기 위해 외롭게 맞서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할을 맡았다.
황정민은 4시간에 달하는 특수분장을 거쳐 완성한 파격적인 비주얼로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욕망의 화신 ‘전두광’을 연기했다. 러닝타임 141분간 손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을 형성하며 분노와 답답함을 유발한다.
흥행하는 작품들은 주인공들 못지않게 강렬하고 매력적인 악역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만큼은 악역의 비중과 매력이 강조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때문에 이 작품이 갖는 메시지와 화두, 대중 영화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재미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김성수 감독은 “처음에 받았던 시나리오는 정말 좋았긴 했지만, 이야기가 ‘전두광’ 위주로 되어있었다. 지금 완성된 영화 속 ‘이태신’의 역할 비중이 좀 적었고 캐릭터도 많이 달랐다”며 “재미있게 봤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잘못 만들면 반란군의 승리의 기억 중심으로만 조명될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또 악당인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이 영화를 만든 취지가 없어지는 거라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 후 10개월쯤 지나 2020년 여름 작품을 연출할 용기가 생겼고, 시나리오를 반란을 맞닥뜨린 군인들의 이야기로 고쳐 지금의 영화가 완성됐다고 한다.
감성수 감독은 “세상에 매력이 없는 악당이 어딨겠나. 매력이 없으면 관객이 모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영화의 악역만큼은 매력적이면 안됐다. 그러면 이 영화를 만든 뜻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 연기를 보면서 다행히 어느 순간 마음을 놨다. 황정민 배우는 연기를 잘하기도 하고, ‘전두광’이란 극 중 인물 자체가 강력하고 카리스마 넘치지 않나. 늑대무리에서 왕이라는 것 자체로 그 사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수컷이란 의미”라면서도, “(그럼에도 황정민은)그것을 최대한 본인이 차단하려 했다”고 떠올렸다.
자기도 포착하지 못한 부분을 챙긴 황정민의 연기에 감탄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김성수 감독은 “심지어 어떤 일이 있었냐면 전두광의 자택에서 신군부 세력이 다 모여서 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 전두광이 거사를 위해 하나회 조직원들을 설득하는 장면인데 집 안에 가족 사진이 많이 걸려있다. 다양한 종류의 가족사진들을 그 때 찍었다. 처음엔 가족사진이니 그 사진에서만큼은 전두광도 따뜻한 아버지였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근데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어 저에게 갖고 왔는데 전두광이 웃는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정민 선배가 (일부어) 안 웃었다고 하더라. 제가 정민 씨에게 가서 왜 그랬냐 물어봤다. 자기 애들하고 찍으면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이야기하니 황정민 씨가 전두광은 그런 모습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 말의 뜻을 순간 제가 알아들었다”며 “그런 사이를 파고들 한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두광의 인간미가 드러날 수 있는 요소 자체를 차단하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김성수 감독은 “저 정도 경지에 오른 배우는 그런 것도 차단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황정민 씨는 현장에서 전두광 자체가 되어 앉아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존 인물을 그대로 흉내내는 연기를 최대한 지양하려 했다고도 강조했다. 김성수 감독은 “이 영화를 할 때 저는 황정민 씨에게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사람의 말투를 흉내내지 말자고 했다. 실존 인물이 경상도 사람이니 경상도 사투리를 쓰되, 황정민 씨만의 편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자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그 사람이 일으킨 12.12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지 않나. 한 사람이 거대한 욕망을 품고 그 사람의 욕망에 동조한 엘리트 군인들이 합세하고. 그렇게 거대한 탐욕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서 나라가 망가진 것”이라며 “그 사람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고 주인공이고 실체라 생각했다. 그 상징성만은 갖고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서울의 봄’은 11월 22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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