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설리의 눈물 “모두가 상품 취급...예쁜 내가 싫었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11. 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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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설리 유작 ‘페르소나 : 설리’ . 제공| 미스틱스토리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 겸 배우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유작 ‘페르소나 : 설리’가 지난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해 큰 사랑을 받았으나 그로 인해 겪은 설리의 고충과 아픔이 팬들을 다시 한번 울린다.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으나 생전 악플(악성댓글)에 시달린 설리는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 나이로 세상을 떠나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겼다. 유작인 ‘페르소나: 설리’에는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설리, 최진리의 모습이 담겼다.

‘페르소나: 설리’는 최진리(설리) 주연의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각본 김지혜, 감독 황수아 김지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각본·감독 정윤석) 총 2편으로 구성됐다.

설리가 주연한 ‘4: 클린 아일랜드’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 ‘클린 아일랜드’로의 이주를 꿈꾸는 ‘4’가 죄를 고백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기묘한 입국 심사장에서 어느 특별한 돼지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시작되는 단편 극영화로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칼단발과 빨간 드레스로 등 강렬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엔딩 크레딧 후 메이킹 영상이 나온다.

다큐 영화 ‘진리에게’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설리와 스물다섯의 최진리가 그 시절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설리의 유작 ‘고블린’ 수록곡 중 하나인 ‘도로시’를 모티브로 삼았다.

연출은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눈썹’ 등을 통해 다수의 영화제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정윤석 감독이 맡았다.

설리 유작 ‘페르소나 : 설리’. 제공|미스틱스토리
설리는 여러 질문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진솔하게 답한다. “예쁘다와 우월하다의 뜻이 다르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다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연예인 일을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와 경쟁하면서 제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설리는 “어릴 때부터 ‘예쁘다’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이야기하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날 예쁘다고 하는 건지 제일 궁금했다. 나는 마치 예쁜 행동만 해야 할 것 같았고, 실제로도 조신하지 않거나 예쁜 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면 혼났다. 그때부터 계속 반항심이 생겼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설리는 “예쁜 내 자신이 싫을 때가 되게 많았다. 내가 살아왔던 환경에서는 ‘너는 예쁜 여자로 태어났으니까 아무것도 몰라도 돼’ ‘그냥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사람들 기분을 맞춰줘. 그럼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너는 예쁜 자체로 재밌으니까’ 이런 말들을 들어왔다. 외모에 대한 생각은 너무 많았다”면서 “너무 재수 없지 않냐. 예뻐서 살기 힘들었다고 얘기하면 너무 재수 없지 않냐”며 웃어보였다.

페르소나 설리 사진|미스틱스토리
또래와 달랐던 20대, K팝 아이돌의 삶에 대해서도 말한다.

설리는 “스무살 때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 묻자 “첫 번째는 정신과 상담받는 것, 두 번째는 연애”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처음 내린 결정이었고 결정에 대해 후회가 없고 행복했다”면서 “행복한 나를 엄마는 행복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되게 끊어내기 힘들었다. 엄마가 옆에서 하는 얘기는 거의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했다”고 말했다.

아이돌이라는 주제에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아이돌도 노동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하다 “네”라고 답했다. 그는 아이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다들) 연예인들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연예인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이상한 줄 몰랐다. ‘너는 상품이고 사람들에게 최상의, 최고의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한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상품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상품 취급했다. 그 사람들 입맛에 맞게 움직여야 했고 상품 가치가 떨어질까봐 두려워야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 주장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몰랐고 나의 생각을 얘기해도 되는 지도 몰랐고 내가 힘들다고 얘기한다 해서 바뀌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내 주변에는 아무도 ‘네가 스스로 선택해봐’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네가 골라봐’ ‘넌 요즘 어때’라고 묻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영화 ‘니키타’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그냥 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통제된 환경을 어떻게 견디면서 살았나?”는 질문에는 “그냥 내 탓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거라고는 내 스스로 나에게 아픔을 줄 때밖에 없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깎아내리는 것이었다보니 계속 힘들었다.”

“그게 내 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냐. 못 해봤냐”는 질문에 설리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모든 게 무너져 내리더라. 내가 힘들다고 얘기했을 때 엄청난 어깨 위의 짐들이 다 (무너졌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왜 내가 지금 기분이 나쁜지”라고 고백했다.

설리는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면, 노브라를 하는게 나는 더 예뻐 보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욕해도, 내가 생각할 때 잘못한 게 아니니까. 욕을 먹어도 내가 편해서 그 행동을 계속 한 것 같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혼자만 알고, 앓고 있었던 수치스러움에서 조금 벗어났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살았던 설리의 고뇌와 아픔, 소신과 호소가 담겨 있다. 중간중간 설리의 내레이션과 셀프 카메라, 노래 ‘도로시’의 뮤직비디오가 교차편집됐다.

설리의 유작을 본 누리꾼들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요. 하늘에선 행복하길”, “설리의 마음 속 고백을 너무 늦게 접했네요. 마음 아프네요”,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등 떠난 설리의 이야기의 귀 기울이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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