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이제 LG 대표하는 선수는 이병규·박용택 아닌 오지환"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용택(44)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LG 트윈스 후배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장면을 더그아웃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부럽고, 대견합니다"라고 말하는 박 위원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wiz와의 프로야구 2023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6-2로 승리하며 통합우승(정규시즌·KS 우승)을 완성했다.
박용택 위원은 관중석에서 KS 5차전을 관람했고,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내려왔다.
'LG의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유광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박용택 위원은 "오늘의 주인공은 현직 LG 사람들과 오래 기다려주신 팬들"이라며 선수단과 거리를 두고, 우승 세리머니를 봤다.
하지만, 박 위원도 누구보다 LG의 우승을 기원한 사람이다.
2002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박용택 위원은 그해 KS에 진출해, 삼성 라이온즈와 치열하게 싸웠다. 당시 LG는 삼성에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밀렸다.
박용택 위원의 '두 번째 KS'는 열리지 않았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겪었다.
2013년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박용택은 "신인 때 KS에 진출했다. 당연히 금방 KS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가을 무대에 오르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용택 위원은 2020년 11월 5일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은퇴했다.
LG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 완화로 만원 관중이 입장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박용택 은퇴식'을 열었다.
박용택 위원은 2022년 7월 3일, 2만3천750명 잠실 만원 관중 앞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KS 5차전에도 예매 전쟁이 벌어졌고, LG는 만원 관중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했다.
박용택 위원은 "아내에게 '내 은퇴식이 끝나니까 LG가 우승한다'고 농담했다"며 "관중석에서 보니 LG 팬들이 8회까지는 감정을 잘 누르시다가 9회부터 일어나시더라. 이렇게 열정적인 팬들 앞에서 우승한 후배들이 부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는 "KS 6차전 중계진에 포함됐는데 5차전에 끝나서 아쉽긴 하다. 선수 때 우승하지 못했으니 해설자로 LG 우승 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웃기도 했다.
눈물을 잘 참던 박용택 위원은 KS 최우수선수(MVP) 오지환의 성숙한 모습에 울컥했다.
LG 우승이 확정된 후 kt 선수들은 3루 파울 라인 근처로 나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때 오지환은 '전 LG 선배'인 박경수, 박병호(이상 kt)에게 다가가 진하게 포옹했다.
박용택 위원은 "오지환이 kt 선수들과 포옹할 때 내가 눈물을 흘렸다. 경수와 병호 모두 LG 암흑기를 겪은 선수들"이라며 "지환이가 정말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선수가 됐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박 위원이 꼽은 MVP도 KS 오지환이다.
그는 "2∼4차전, 3경기 연속 홈런 등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서사도 있지 않나"라며 "오지환이 예전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 탓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우승팀의 주장이 됐다. 정말 대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LG 팬들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김용수, 이병규, 박용택이 아닌 오지환"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수(41번), 이병규(9번), 박용택(33번)은 LG 구단이 '영구 결번'하며 예우한 'LG의 레전드'다.
박용택 위원은 "이번 우승으로 오지환은 '영구 결번 3인'과 대등한 위치에 섰다"고 후배를 응원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LG를 정상에 올려놓은 염경엽 LG 감독과 선수들은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박 위원은 "LG는 이제 우승권에 있는 팀이다. 10년 넘게 암흑기를 보내고,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1·2군이 매우 탄탄한 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유의 유머로 'LG의 장기 집권'을 예상했다.
박용택 위원은 "LG에 29년 만의 우승처럼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곧 다시 정상에 올라 '심심한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웃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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