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이 밝힌 왜 황정민·정우성인가? [TEN인터뷰]
11월 22일 개봉
[텐아시아=최지예 기자]
김성수 감독(62)이 배우 황정민(53)과 정우성(50)에 대해 남다른 진심을 밝혔다.
김성수 감독은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관련 텐아시아와 인터뷰했다.
이날 김 감독은 '서울의 봄'에 대해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는 말에 "그 정도 작품은 아닌 거 같은데"라며 "영화 내용이 어쨌든 반란군들이 승리하는 이야기지 않나. 영화에서 악당을 다룰 때 어느 순간 매력이 증폭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그러면 큰 일 나겠다' 싶더라"고 말했다.
"이 소재가 저한테 왔을 때 처음에 거절했어요. 이유는 너무 좋아서죠. 정말 꿈 꾸던 게 와서요. 원래 시나리오도 좋았어요. 제가 소망해 왔던 거라서 '앗, 뜨거워' 하는 게 있었죠. 처음엔 자신도 없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까 이걸 안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원했던 작품인 만큼 메인 스태프들부터 조연 배우까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던 사람들과 함께 시작했다. 그는 "편집, 사운드, 음악 등 스태프들부터 제가 정말 신뢰하는 최강의 팀이 꾸려졌고, 배우들도 너무 잘 붙어주셨다"며 웃었다.
"서울 세트는 다 OTT한테 뺏기고 지방에서 찍을 수 밖에 없었는데, 보셨다시피 저희 조연으로 나오신 분들도 다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군인의 한 분으로 나오시고 그냥 우왕좌왕하시는 역할로 나오시는데 서울에서 불원천리 왔다갔 하시면서 찍고 가셨어요. 정말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김 감독은 황정민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황정민을 캐스팅할 당시를 돌아본 김 감독은 "실존 인물을 그린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의 모든 걸 따라할 필요는 없었지만, 상징성이 있는 만큼 형상화는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 얘기를 듣더니 '내 모습을 다 지우고 연기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민머리 분장만 4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황정민은 다른 배우들보다 3~4시간 콜타임이 빠를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분장실에 들어가니 황정민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4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이거 좀 빨리빨리 해라'고 하고 나오는데 뒤통수에서 '너희들 빨리하기만 해 봐. 빨리하지 말고 완벽하게 하라'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역시 황정민이구나 싶었어요."
이어 철모를 쓰는 장면을 촬영하게 된 황정민은 철모에 가려 머리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도 기어코 민머리 분장을 했다. 김 감독은 "세종로 신에서는 철모를 쓰니 안 보이지 않나. 그래서 처음엔 그냥 했었는데 황정민이 '모든 사람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거 같은 부끄러움이 느껴져서 불편하다'고 하더라"며 "그러다니 다시 가서 하고 왔다. 그 사람이 아닌 채로 연기하기 어려울 거 같다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황정민은 연기에 관해서는 천재이지 않나. 기운과 힘이 세고 몰입하는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1초도 되지 않아 자기 배역 속으로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 오랫동안 톱배우인 이유가 있구나 새삼 느꼈죠."
이태신 역에 정우성을 캐스팅한 김성수 감독은 "원래 실제로 이태신 역의 모티브 인물이 전두환보다 더 불같고 호랑이 같은 분이었다더라. 다만, 이야기를 쓰면서 이 시대에 우리가 원하는 리더가 누구일까 생각했는데, 저 쪽이 마초적이고 고함을 치는 사람이라면 이 쪽은 깊은 호수같고 바다같은 사람이길 바랐다"며 "지조 있는 선비의 모습을 원했는데 실제로 정우성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고 신념이 있는. 누가 뭐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괜찮다는 이태신 캐릭터의 실제 모습이 정우성에게 있어요. 우성 씨가 실제로 갖고 있는 면을 영화 속에 넣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우성과 영화 5편을 함께 한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은 내 페르소나가 절대 아니다"라며 웃었다. "(정)우성 씨는 젊었을 때부터 같이 일하며 성장해 왔고,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는 사람이죠. 항상 보니까 그 사람의 늙어가는 얼굴을 제가 못 느꼈어요. 세월이 지나도 탈색되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좀 망가트려서 다른 걸 하려고 하는데 또 망가트리면 '내가 왜 그랬지?' 싶기도 하대요. 하하"
이번 '서울의 봄'을 함께 하면서 정우성에게 가장 큰 인상을 받은 장면은 쇠사슬이 뒤엉킨 바리케이트를 넘어 반란군 진영으로 건너가는 마지막 시퀀스다. 김 감독은 "정우성이 바리케이트를 막 넘어오는 장면은 용맹함과 구차함을 동시에 나타내고 싶어 테이크를 여러 번 가져갔다"고 말했다.
"우성 씨가 다리가 길지만, 바리케이트가 생각보다 높고 쇠사슬도 있기 때문에 그 신을 굉장히 어려워 했어요. 영화에서는 짧게 썼지만 그 장면을 꽤 여러번 찍었습니다. 이태신 캐릭터의 용맹함을 나타냄과 동시에 구차하고 초라한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배우가 많이 힘들어 했지만, 참 잘 나왔습니다."
김 감독은 정우성에 대해 "페르소나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애정을 듬뿍 나타냈다. 그는 "그 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사람 참 멋있게 나이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영화와는 상관 없이 그 날 정우성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고 돌아봤다.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12일 서울 군사반란을 그린다. 전두광(황정민)의 반란군과 이태신(정우성)의 진압군 사이 벌어진 일촉즉발 9시간을 그렸다.
오는 22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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