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졸업하고 프로 구단서 6년 버틴 야구 선수 7.8% 불과…'바늘구멍 인생'

송주용 2023. 11. 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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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한국일보가 신인 드래프트(선수 지명 선발) 제도가 있는 프로 스포츠인 야구, 농구, 배구 선수의 생명을 추적한 결과 프로에 입성해 6년 이상 살아남는 비율이 일부 종목의 경우 10%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로서 생존율이 가장 떨어지는 종목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였다.

이 가운데 10개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11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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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의 추락, J스포츠의 비상]
<2> 외길 인생과 이도류 인생
2017년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 분석
6년 생존율 女 농구 8%, 男 배구 25%
"선수 학습권 보장, 인생2막 지원해야"
편집자주
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조차 선수가 없어 존망을 걱정합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호성적을 거두며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양국 스포츠 현실을 취재해 재도약의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11일 경기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프로야구는 관중 수 800만 명을 돌파하며 날아올랐지만, 수많은 선수는 프로 리그에서 6년을 버티지 못했다. 연합뉴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별'을 꿈꾼다. 특히,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은 자유계약(FA)으로 큰돈을 버는 선수들이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프로 진입조차 못 하거나 진입해도 5, 6년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현실은 냉혹하다.

한국일보가 신인 드래프트(선수 지명 선발) 제도가 있는 프로 스포츠인 야구, 농구, 배구 선수의 생명을 추적한 결과 프로에 입성해 6년 이상 살아남는 비율이 일부 종목의 경우 10%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구, 졸업 후 6년간 프로 생존율 10% 미만

1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여자배구 선수 40명 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인원은 11명이다. 연합뉴스 제공

선수로서 생존율이 가장 떨어지는 종목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였다. 대한체육회가 13일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이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프로야구 드래프트에는 964명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 가운데 10개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110명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몇 명이나 그라운드에 남아 있을까. 여전히 현역으로 등록된 선수는 76명뿐이었다. 드래프트 참가자 중 고작 7.8%만 살아남은 것이다.

다른 종목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 농구는 2017년 드래프트 때 24명이 참가했는데 당시 5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모두 14명이었다. 이 가운데 올해까지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2명뿐이다. 드래프트 참가자 중 8.3%만 생존한 셈이다.

배구는 그나마 생존율이 조금 더 높다. 남자는 2017년 43명의 학생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해 25명이 지명받았고, 이 가운데 11명(25.5%)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여자는 40명의 드래프트 참가자 중 16명이 지명받았는데 현재까지 뛰는 선수는 11명(27.5%)이다.

2017년 프로 리그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 중 현역 비율. 그래픽=김대훈 기자

프로 지명 못 받으면 '살길 막막'

9월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중 9회 말 상황에서 양현종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대구고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7년 고교 졸업예정 선수 중 프로 리그에 진출한 비율은 11.2%였다. 최주연 기자

짧게나마 프로 무대를 밟아본 선수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운동만 했던 선수 중 대부분은 직업 선수가 돼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2017년 당시 고교와 대학의 야구부 소속 졸업 예정자는 모두 97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11.2%(110명)만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남자 농구(15.9%)와 여자 농구(23.7%), 남자 배구(18.3%)와 여자 배구(24.6%)도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을 확률은 25%를 밑돌았다. 한국에선 일본처럼 사회인 팀이나 실업 리그가 거의 없다 보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 운동선수로서 이들의 경력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팀이 워낙 많기에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도 대기만성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3승 기록까지 달성했던 노모 히데오도 고교 졸업 뒤 프로 지명을 못 받자 '신일본제철사카이'라는 기업에 들어가 회사 생활과 야구를 병행하며 때를 기다리다 1990년 프로 구단에 입단했다. 이후 일본 야구를 평정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큰 활약을 했다.

한국에서도 학생 선수들이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학습권과 진로 탐색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현우 시흥 장곡고 교사는 "은퇴 시점이 빠르든 느리든, 모든 운동선수는 진로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면서 "학생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충실히 받아야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고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엉망이 된 코트, 벌어진 격차
    1.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데뷔··· 십자인대 끊어진 열일곱 은성, 농구 코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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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17세 아들 일본에 배구 유학 보낸 프로 코치··· “만화 하이큐는 실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1217340000195)
    3. • 한국엔 없는 풍경… '3540 대 1' 고교생 사쿠라코의 마지막 도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315570002005)
    4. • 학원 뺑뺑이 대신 팀플레이 4시간…'부카츠' 학생에겐 '중2병'이 없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510430004665)
    5. • 김연경에 가려졌던 한국 배구 민낯 "10년 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910530003738)
  2. ② 외길 인생과 이도류 인생
    1. • 메이저리그 MVP와 도쿄대생 동시 배출한 일본 시골 학교의 비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814480004370)
    2. • 졸업하고 프로 구단서 6년 버틴 야구 선수 7.8% 불과…'바늘구멍 인생'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1310340005798)
    3. • '0.1%' 신유빈 황선우 꿈꾸며 퇴로 없이 '올인'… 한국 스포츠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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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61945000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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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③ 입시 지옥에 잠겨 있는 체육관
    1. • 477억 들인 ‘호화 체육공원’… 조명탑 없어 '반쪽'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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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노벨상 수상 이어지듯…일본 스포츠 도약 비결은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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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03116550001536)
  5. ⑤ 금메달 조바심 잠시 내려놔야
    1. • 국민 60% “메달보다 과정 중요”… 성적 지상주의와 결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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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⑥ K스포츠 도약 위한 쓴소리와 약속
    1. • 오타니 스승의 가르침 "남 탓하는 생각 없애주는 게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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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101432000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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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사자와 눈싸움, 겨울에 바다수영… 그런 훈련 이제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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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221653000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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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2216030004391)
    7. • 4cm 더 크지만 일본에 참패…한국엔 왜 '돌격대장' 송태섭이 없을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2314040004958)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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