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의사 불러도 공짜?…사우디에선 가능한 이 서비스 [긱스]
'컴업 2023' 중동·아프리카 업체들
비대면 진료·AI 커리어 플랫폼 인기
세네갈엔 땅콩 버터 업체도 참가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23’에는 각국 스타트업들이 함께했습니다. 전통의 강호 미국과 유럽 업체를 포함해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여러 국가 업체의 서비스 알리기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단연 주목을 받은 곳은 정부 기관 주도로 대량의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등록한 중동·아프리카 국가였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행사장에서 가장 관심이 모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의 스타트업 ‘대표 선수’를 만났습니다.
지난 8~10일 열린 컴업에서는 정장을 갖춰 입고 수염을 기른 중동 남성과 검은 히잡을 두른 여성 기업인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메인 스테이지인 ‘아레나 1’ 인근에서 꾸려진 글로벌 스타트업 홍보 부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국가 단위 대형 부스를 차렸다. 행사가 펼쳐지는 3일간 사우디에선 10개 업체가, UAE에선 37개 업체가 참여했다.
사우디 홍보관의 뒤편으로는 개별 단위로 참가한 각국 업체들의 부스가 이어졌다. 개막일 기준 단독 부스를 꾸린 사우디와 UAE를 제외하고 가장 대단위로 참여한 국가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세네갈이었다. 대부분 국가가 1~3개씩 부스를 꾸린 가운데, 세네갈은 자국 액셀러레이터(AC) 1개와 스타트업 5개가 자리를 채워 존재감을 보였다. 사우디와 UAE, 세네갈 부스에서 관람객 관심을 가장 많이 모았던 업체들의 특징은 아이템의 독특함이었다.
비대면 진료 넘어, '의사 무료 왕진' 구현
사우디의 중소기업청 몬샤아트(Monsha’at)는 이번 행사에서 업체들을 이끌고 직접 참가했다. 벤처기업 육성 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현지 심사를 통해 10개 초기 스타트업을 뽑아 국기를 걸고 부스를 꾸렸다. 현장 몬샤아트 및 투자부 관계자들이 직접 손꼽은 부스 내 인기 업체는 ‘사나르(Sanar)’였다. 서브 스테이지인 ‘아레나2’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사나르의 부스는 통로를 오가는 관람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사나르는 라틴어로 치유를 뜻한다. 서비스는 원격 진료와 방문 관리를 합친 형태다. 국내선 규제에 묶인 비대면 진료를 모바일로 받아볼 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를 집으로 직접 불러 각종 검사와 물리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 아요브 알유수프 사나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진료 과목은 정신과, 피부과, 신경과 등 제한이 없고 의사들 졸업 학교와 면허 번호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철저히 환자의 편의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따져 모든 서비스를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사나르는 40만 명의 누적 환자, 800만 회의 모바일 앱 다운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앱 이용은 무료다. 수익은 대형 보험회사를 통해서 확보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사우디는 국가가 승인한 보험회사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업 범위는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내놓은 탈석유 프로젝트 ‘비전 2030’에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 개선 및 글로벌 수준 헬스케어 인프라 구성이란 목표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알유수프 COO는 “비대면 진료 이후 혈액 샘플이 필요하거나, 엑스레이(X-ray)를 찍어야 할 때도 의료진이 집을 방문한다”며 “내년엔 패밀리닥터 프로그램,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등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UAE의 AI, 구직·면접·재교육 다 섞었다
사우디 부스 맞은편의 UAE 홍보관은 압둘라 빈 토우크 알마리 UAE 경제부 장관이 직접 관료와 창업가들을 이끌고 마련했다. 3일간 12개, 14개, 11개 초기 업체가 번갈아 부스를 꾸리는 UAE 홍보관엔 아레나1 스테이지 앞 글로벌관 부스 중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오갔다. 현장의 UAE 경제부 공무원과 스타트업 대표들이 꼽은 으뜸 업체는 커리어 플랫폼 피프스엘리먼트(Fifth element)였다. 하심 알자비 피프스엘리먼트 대표는 밀려드는 미팅 요청에 시종일관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피프스엘리먼트는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기업을 잇는 통합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국내선 분리돼 성장 중인 구직 플랫폼, 헤드헌팅 서비스, 비대면 면접 플랫폼, 인력 재교육 및 멘토 매칭 서비스가 모두 섞인 형태다. 이들의 플랫폼 ‘AZM’은 두 가지 화면으로 제공된다.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이 접속하면, AI가 입력받은 프로필을 바탕으로 직업과 직무를 추천한다. 취업이나 이직을 도와줄 멘토를 예약하고, 온라인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기업 담당자 화면엔 주요 채용 지표가 표시된다. AI가 기존 인력 통계의 특성을 분석하고, 기업에 필요한 직무 능력과 후보자 채용 과정을 띄워 준다. 알자비 대표는 “매년 1000~2000명의 취업준비생을 엄선해, 이들이 시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이후엔 AI 매칭을 통해 적절한 기업에 인력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AI는 인력관리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된다. 대표적으로 자기소개서 생성 시스템이 있다. 그는 “GPT 시리즈를 적용해 취업준비생 프로필을 분석, 최적의 자기소개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고 말했다. ‘AI 면접관’을 등장시켜 면접도 대신 보게 할 수 있다. 향후 방점을 둔 목표는 교육 과정 강화다. 알자비 대표는 “아즘(AZM)은 아랍어로 인내를 뜻한다”며 “내년엔 코세라, 에드엑스, 유데미 등 3대 온라인 교육(MOOC) 플랫폼을 연계시켜 인내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길러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 대표 땅콩버터' 만드는 세네갈 창업가
세네갈은 컴업 글로벌 커뮤니티관에 부스를 꾸린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개막일 기준으로 독립 부스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5개) 업체가 참여한 나라이기도 하다. 세네갈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생산성본부의 도움을 받아 컴업에 단체로 등록했다. 주목받은 부스는 아레나1 입구 방향에 위치한 땅콩버터 제작 스타트업 게레테르우미였다. 세네갈 업체들 지원을 담당한 조희수 한국생산성본부 연구원은 “세네갈도 대부분 정보기술(IT) 플랫폼 스타트업이 참가했는데, 해당 업체만 땅콩버터라는 특이한 아이템을 들고나와 이목이 쏠렸다”고 말했다.
파투 카인 삼베 게레테르우미 대표는 “세네갈은 세계 최대 땅콩 생산국 중 하나”라며 “세네갈 땅콩으로 직접 만든 버터는 냄새만 맡아도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네갈은 세계 10대 땅콩 수출국으로 꼽힌다. 땅콩 농업이 국가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한다. 게레테르우미가 강조하는 차별점은 설탕과 인공 방부제가 없는 친환경 제품 생산이다. 삼베 대표는 “버터를 제작할 때 땅콩과 천연 꿀, 소금 3가지만을 원료로 쓴다”며 “연간 4톤(t)을 생산하고 있는데, 땅콩 껍데기도 직원들과 손으로 직접 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세네갈 내부의 대형 마트 29개를 통해 제품을 공급한다고 했다. 그는 “세네갈은 개발도상국이라 아직 가난한 국가”라며 “땅콩 농부들이 단지 좋은 땅콩을 타 국가에 공급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데, 국민을 위한 자국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진출 목표도 갖고 있다. 삼베 대표는 “먼저 아프리카 시장 30%를 점유한 다음 2027년 인도, 호주, 영국 등 5개 국가에 진출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론 2030년까지 글로벌 땅콩버터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한국의 이마트에도 제품을 팔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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