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사는지 어떤 시간 보내는지, 그 모든 게 집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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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住) 집에서 '사는'(買) 집으로 의미가 바뀐 지 오래인 지금, 집은 희망일까, 희망인 척하는 걸까.
"우리가 집을 떠올릴 때 그 집만 덩그러니 있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와 사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이웃이 있고 그 집에서 어떤 순간들을 맞는지 이 모든 것의 총합이 그 집에 대한 이미지인 것 같아요. 소설도 집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집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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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내면 있다면 그걸 둘러싼
마음들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사회문제 자주 다루는 이유?
“개개인 생각할 여지 주고파”
‘사는’(住) 집에서 ‘사는’(買) 집으로 의미가 바뀐 지 오래인 지금, 집은 희망일까, 희망인 척하는 걸까. 누군가에겐 갈망의 대상이기도, 투기의 도구이기도 한 집. 소설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의식을 드러내 온 김혜진(사진) 작가가 이번엔 ‘집’에 관한 짧은 소설들을 묶어 펴냈다. 세 번째 단편집 ‘축복을 비는 마음’(문학과지성사)이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문학과지성사에서 만난 작가는 “집에 내면이라는 게 있다면 그 내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집엔 집을 둘러싼 현실적인 이야기 8편이 담겼다. 재개발될 날만을 기다리며 오래된 빌라를 놓지 못하는 만옥(‘목화맨션’), 부동산 임장을 다니며 좋은 기회가 찾아오리란 희망을 놓지 않는 남우 사모님(‘이남터미널’)에게 집은 ‘희망’이기도, “기회와 희망인 척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무언가이기도 하다. 작가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재개발, 계약 기간 만료 등으로 집을 옮겨 다닐 때 이 소설들을 썼다. “‘집에 대해 써야지’라고 마음먹고 썼다기보단, ‘집에 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게 많겠다’ 싶어서 쓰기 시작했어요. 저도 집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했는데 그런 여러 생각이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처음엔 평수나 가격 등 수치화되는 집에 대해 생각했는데 점차 그런 의미는 흐릿해졌어요. 집에 내면이라는 게 있다면, 집의 외면에서 내면으로 이야기가 나아간 것 같아요.”
소설은 ‘집주인’과 ‘세입자’, ‘고용주’와 ‘고용인’이라는 간단한 호칭 속에 깃든 내밀한 사정을 꺼내어 비춘다. 재개발을 기다리며 낡은 빌라를 놓지 못하다 결국 팔게 되는 만옥과 세입자인 순미의 관계는 집주인과 세입자 그 이상이다. 집에 드나들며 함께 차를 마시고, 동네 중국집에서 소박하게 열린 순미의 결혼식에까지 만옥 내외가 참석할 정도로 둘은 가까웠다. 끝내 만옥은 빌라를 팔게 되고, 월세가 저렴한 또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하는 순미의 사정을 너무나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만옥은 무너져내린다. 차라리 몰랐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우리가 집을 떠올릴 때 그 집만 덩그러니 있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와 사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이웃이 있고 그 집에서 어떤 순간들을 맞는지 이 모든 것의 총합이 그 집에 대한 이미지인 것 같아요. 소설도 집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집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2년 등단한 뒤, 동성애자인 딸과 그의 연인과 함께 사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딸에 대하여’(민음사·2017), 노동자들의 삶의 비애를 정면으로 파헤친 ‘9번의 일’(한겨레출판·2019) 등 리얼리즘 소설을 써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전세 사기와 기혼 유자녀 여성의 우울,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녹였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끄집어내 소설을 통해 비춰 보이는 그에게 ‘소설가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작가는 “작은 개개인들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설은 아주 작은 개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요즘 그런 이야기들이 조금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서로를 너무 몰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고 작은 일이 크게 번지기도 하잖아요. 소설을 통해 모르는 어느 누군가를 접하면 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고민해보게 되고, 그게 타인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지 않을까요.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게 소설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다른 것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한 것이나 우리 사회에 대한 것을요.”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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