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놀란 가슴, 빈대에 또 한번 놀랐지만… ‘빈대 포비아’ 경계해야 [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11.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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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에 물린 손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빈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심정이 꼭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혔던 해외여행이 풀리면서 빈대도 국경을 넘고 있다. 프랑스·영국에서 퍼지기 시작한 빈대가 한국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빈대 확산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사람을 통해 전파된다. 이전의 같은 종에 비해 독성도 강하고 확산 속도도 빠르다. 공포감을 주는 것도 비슷하다.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 알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피를 빤다. 자기 몸 부피의 2.5~6배까지 흡혈할 수 있다. 암컷 빈대는 하루 최대 5개의 알을 낳을 수 있고, 평생 200~500개의 알을 낳는다. 심지어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최대 12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살충제에 내성까지 있어 박멸도 쉽지 않다. 기원전 1300년 기록에서도 빈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완전 박멸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공포심이 생길 만도 하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빈대 확산방지를 위해 정부합동대책본부 첫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빈대 신고가 이어지자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10개 부처가 모인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렸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으로 만든 살충제 8종에 대한 긴급 사용도 승인했다. 과거 코로나 팬데믹 당시 확진자 동선 등을 알려주는 앱처럼 빈대 출몰 정보를 알려주는 앱도 등장했다.

하지만 빈대는 사람을 물어 염증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질병을 옮긴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빈대에 대한 과도한 반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곤충학자이자 빈대재단(Bed Bug Foundation) 이사인 리처드 네일러 박사는 지난달 영국 타임스 기고를 통해 빈대에 대한 히스테리 반응을 지적했다. 최근 빈대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미디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포가 과도하게 확산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런던 올림픽을 앞둔 2012년 전후에도 빈대 히스테리가 심했고,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둔 지금도 비슷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지하철에 빈자리가 있어도 빈대가 옮겨붙을까 자리에 앉지 않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헬스장이나 사우나·영화관 등 공공장소 이용을 꺼리는 시민들도 있다. 유럽 여행 취소를 고민하기도 한다. 확인되지 않은 민간 퇴치요법이 공유되고, 증시에는 빈대 테마주까지 나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제안하는 방역과 예방 수칙만 잘 지킨다면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한국의 빈대 발생 신고 건수는 40여 건에 불과하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빈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과도한 공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과도한 공포는 때때로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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