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다음에 볼 초능력 콘텐츠 4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무빙’과 가장 유사한
‘히어로즈’
2015년 강풀 작가의 웹툰 '무빙’이 공개됐을 때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와 유사하다는 평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강풀 작가의 초능력 시리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타이밍’은 2005년에 공개됐다. 드라마 '무빙’이 공개됐을 때 한 인터뷰에서 강풀 작가는 "제 작품이 먼저 나왔으니, 관심을 끊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06년 미국 NBC에서 방영한 '히어로즈’ 시즌 1은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뉴욕에서 발생할 핵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대개 히어로물이 완벽한 능력과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히어로즈’에서 초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은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하늘을 나는 설정으로 시작해 다른 능력을 흡수하기 시작하는 피터, 다친 몸을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클레어 등 시청자들이 왜 '무빙’을 보며 이 드라마를 떠올렸는지를 알 수 있는 설정도 군데군데 등장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시즌 1에 이어 바이러스 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시즌 2도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미드’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공중파에서 더빙판이 방영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금 보면 컴퓨터그래픽이 다소 엉성하고, 유치한 설정들이 있긴 하나 시즌 1·2는 여전히 미드계 고전 명작으로 꼽힌다. 다수의 미드가 그렇듯 시즌이 진행되면서 평가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스타트렉’ 시리즈
팀 버튼의 상상력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사회에서 격리돼 한곳에 모여 교육받는 설정은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자주 등장한다. '무빙’에서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정원고, '엑스맨’ 시리즈에서 돌연변이 '뮤턴트’들이 함께 생활하는 자비에 영재학교 등이다. 초능력자들은 히어로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가 특별한 존재로 취급하는 아웃사이더이기도 하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웃사이더 감독 팀 버튼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해 돌연변이 아이들이 모여 사는 보육원을 만들어냈다. 이곳의 대장 미스 페레그린의 능력으로 루프가 작동한다. 돌연변이 아이들은 영원히 1943년의 하루를 살고 있다. 영화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보육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소년 제이콥이 보육원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겨우 찾은 보육원에서 공기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는 엠마,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에녹, 괴력을 갖고 있는 브론윈 등과 만난다.
2000년대 들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팀 버튼은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이야기가 아직 대중에게 힘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국내에서만 270만 관객을 불러들였고, 전 세계에서 3억 달러 가까운 수익을 냈다. 팀 버튼은 최근 넷플릭스와 협업해 드라마 '웬즈데이’를 성공시키기도 했는데 타이틀롤 '웬즈데이’는 미스 페레그린의 어린 시절 모습 같기도 하다.
영화 '가위손’,
드라마 '웬즈데이’
초능력 버전 '파수꾼’
‘크로니클’
초능력을 가지면 행복하기만 할까. 영화 '크로니클’은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되는 3명의 사춘기 소년이 정체불명의 물체에 접근했다 초능력을 갖게 되는 이야기다. 알코올의존자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는 앤드류, 그의 사촌인 맷, 학생회장 후보인 스티브가 그 주인공. 이들은 자신이 가진 초능력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타인에게는 초능력을 사용하지 말자는 규칙을 정한다. 하지만 집과 학교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앤드류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무빙’을 연출한 박인제 감독은 '크로니클’의 주인공들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두고 "봉석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의 전개상 '무빙’보다는 남자아이들의 미묘한 우정과 반목을 다룬 영화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
이제훈이 '파수꾼’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처럼 '크로니클’에서도 현재 걸출한 배우가 된 이들의 신인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앤드류를 맡은 데인 드한은 이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인상적인 악역을 선보였다. '스티브’ 역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은 '블랙 팬서’의 킬몽거로 자라난다.
영화 '파수꾼’
류승룡 초능력은 무한 재생이 아니었어
‘염력’
‘무빙’에서 가장 슬픈 사연을 담당했던 류승룡 (주원)은 5년 전 초능력 연기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연상호 감독의 '염력’이다. 은행 경비원으로 일하다 우연히 물건을 움직이는 염력을 발견한 '석헌’은 이를 어떻게 돈벌이에 이용할지 고민한다. 그러다 이혼한 아내가 죽었고, 딸은 용역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접하고 적극적으로 딸을 돕기 시작한다. 아내의 죽음에는 태산건설이라는 거대 기업이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2009년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재개발을 위한 철거 용역과 철거민들의 대립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석헌의 아내. 그렇지만 연상호 감독은 이를 어두운 톤으로 그리지 않고자 했다. 코미디 연기의 대가인 류승룡은 감독의 의도를 따른다. 연상호 감독은 당시 "‘염력’은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라며 "사회적인 메시지와 코미디가 결합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지점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잘 녹인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이지만 '염력’은 '무빙’보다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평하기엔 무리가 있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으로 천만 감독이 된 뒤 나온 작품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백만 관객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등의 연기가 극을 잘 떠받치고 있다. 딱 세 번 등장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홍 상무, 정유미 배우를 주목해보자.
영화 '부산행’, 드라마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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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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