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WLA 등재’로 수출장벽 해소… K-의약품, 글로벌 날개[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권도경 기자 2023. 11.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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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식약처 의약품 규제 시스템·역량 국제적 인정
유엔 산하기관 의약품 조달 등
현재는 SRA 국가에만 우선권
韓, WLA 등재로 SRA 대체
인허가 절차 지연 등 해결 전망
EU 화이트리스트 등 등재 이어
세계 의약품 규제 분야 ‘4관왕’
세계보건기구(WHO) 평가단이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실험동물자원동에서 ‘국가출인승인 기능 수행능력’ 현장평가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식약처 제공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WLA(WHO Listed Authorities·WHO 우수 규제기관 목록)’에 세계 최초로 등재했다. 한국의 의약품 규제 시스템과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WLA 등재는 국내 제약업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해외 규제당국들은 우수규제기관(SRA) 국가들만 우선권을 줬다. 해외 진출 시 인허가 지연 등 어려움을 겪던 국내 제약업계는 WLA 등재를 통해 수출 관련 걸림돌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WHO가 공인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라면 해외 시장에서 필요한 각종 인허가 절차가 간소해질 수 있어서다. WLA에 등재되면서 식약처는 세계 의약품 규제 분야에서 ‘4관왕’도 달성했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2016년 의약품국제조화회의(ICH) 가입, 2019년 유럽연합(EU)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되면서 국내 의약품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규제 선도국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다져왔다.

◇WLA 등재 국내 제약업계의 숙원…2021년부터 추진 = WH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의 식약처와 스위스 의약품청,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 3곳을 WLA에 등재한다고 밝혔다. WLA에는 이들 기관 3곳이 세계 최초로 등재됐다.

WHO는 “3개국의 규제기관을 WLA에 올린 것은 해당 기관들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과 관행을 충족한다는 것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여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성과는 규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정부가 투자한 결과로, WHO가 3국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상호 협력하겠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WLA는 규제 시스템과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 수준이 뛰어난 의약품 규제기관을 목록화한 것이다. 유니세프 등 유엔 산하기관에 의약품 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기존 SRA를 대체해 우수규제기관을 선별할 필요가 있어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등재된 기능은 의약품과 백신 분야 8가지다. 이는 △약물감시 △제조·수입업허가 △규제실사 △시험·검사 △임상시험 △국가출하승인 △시판허가 △시장감시다.

WLA 등재는 국내 제약업계의 염원 중 하나다. 국내 의약품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었다. 그동안 한국은 ICH 회원국 위주인 SRA 국가에 누락됐다는 이유로 의약품을 수출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SRA는 2015년 이전 ICH에 가입한 규제기관으로, 미국과 일본, EU 등이 포함돼 있다. 식약처는 2016년에 ICH에 가입해 SRA에는 빠져있다. 대다수 해외 규제 당국은 SRA 국가에만 우선권을 주는 등 수출 편의를 봐 주는 실정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진출할 때는 인허가 절차가 번번이 지연되곤 했다. 이에 국내 제약업계는 정부에 SRA를 대체할 수 있는 WLA 등재를 수년째 요청해왔다.

식약처는 국내 의약품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 말부터 WLA 등재를 추진했다. 앞서 2022년 11월에는 의약품과 백신 분야에서 규제시스템의 성숙도 평가 결과 최고등급(4등급)을 획득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10월 말 WLA 최초 등재 3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WLA 등재는 우리 정부의 의약품·백신 분야 규제시스템의 우수성과 국내 의약품·백신 제조업체가 신뢰할 수 있는 의약품·백신을 생산하고 있음을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세계 의약품 규제 분야 ‘4관왕’ 달성 = WLA 등재는 세계 의약품 시장 진출의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RA 국가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 만큼 해외 진출 시 우선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앞으로 국내 허가된 의약품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심사 간소화 등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SRA 국가들에만 유리한 허가절차를 적용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서도 WLA를 앞세워 높은 신뢰도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식약처는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 규제기구 가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2014년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과 실사의 국제 조화를 주도하는 협의체인 PIC/S에 가입해 국내 의약품 수출 시 수입국 GMP를 면제받도록 했다. 2016년에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품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개정하는 의약품 규제분야 국제협의체인 ICH에 가입했다. 2019년에는 EU의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됐다. 이는 유럽으로 원료의약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EU 비회원국의 GMP 수준이 EU와 동등한 수준으로 판단될 때 부여하는 리스트다. 가입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올해 10월 현재 등재국은 스위스, 호주, 일본, 미국, 이스라엘, 브라질, 한국, 캐나다 등 8개국에 불과하다. 화이트리스트에 오르면서 한국 제약업체들은 원료의약품을 EU에 수출할 때 요구받던 GMP 서면확인서 제출을 면제받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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