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갈등 줄이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주력… 모두가 행복한 ‘성동’[서울인사이드]
흡연민원 많은 서울숲역 인근에
유해물질 저감 스마트부스 호응
담뱃재·꽁초, 친환경 목재 변신
임대료 상승 막기 3법 추진하고
붉은벽돌 증축 등 도시경관 정비
사회적 약자 일자리 창출 기여도
서울 성동구가 ‘상생’을 키워드로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우선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상생을 이끌고 있는 스마트 흡연부스가 눈에 띈다. 스마트 흡연부스 안에서 흡연자가 뿜어내는 담배 연기는 곧바로 위로 올라가 천장의 공기정화 설비를 통해 정화된 후 밖으로 배출된다. 또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흘러가게 하는 음압기술을 활용해 흡연부스 출입문이 열려 있어도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 부스 옆을 지나는 사람이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는다. 스마트 흡연부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성수동 서울숲역 인근에서 운영되고 있다.
14일 구 관계자는 “스마트 흡연부스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유해물질 저감 성능 평가를 받았다”며 “14인 기준인 흡연부스에 정원 내 인원이 흡연한다면 100% 공기정화가 되며, 그 이상의 인원이 들어가도 높은 수준으로 정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스마트 흡연부스에 설치된 재떨이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내부에서 자동 소화·파쇄 과정을 거쳐 쌓이게 된다. 재떨이에 이렇게 모인 담뱃재와 꽁초는 독성 제거 후 열가소성 목재로 가공돼 화분 등 친환경 목재 제품으로 활용된다. 또 부스 내부에는 특수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니코틴이나 타르가 붙지 않도록 처리된 점도 특징이다.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은 사무실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설치 전에는 한 해 평균 170건의 민원이 있었지만, 설치 이후 민원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구는 설명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흡연부스를 만들어 달라는 주민 제안에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상생을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스마트 흡연부스”라고 강조했다. 구는 올해 말까지 스마트 흡연부스를 성수동과 구청 2곳에 추가 설치하고 앞으로 지식산업센터 등을 대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구는 상생을 위한 젠트리피케이션(낙후했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고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방지 정책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구는 2015년부터 서울 숲길과 상원길 일대에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임대인과 임대료 안정을 위한 협약을 맺고 프랜차이즈·대기업 입점을 막은 바 있다. 최근 성수역과 연무장길을 비롯한 성수동 전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보임에 따라 지난 2월 기존 정책에서 한 단계 도약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2.0’을 발표했다. 먼저 구는 지난 8월 성수동 일대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기존 서울 숲길과 상원길 일대에 지정했던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성수동 전역으로 확대했다. 지난 2일에는 정 구청장이 회장으로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협의회’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관련 3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펼쳐왔지만,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을 완전히 막기에는 제도적 허점이 많다”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3법 개정안은 젠트리피케이션 폐해를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상생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생에 이어 구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붉은 벽돌 건축물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붉은 벽돌 밀집 지역을 조성해 특색 있는 도시경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성수동 일대에는 독창적인 가게들도 생겨났다. 구는 붉은 벽돌 건축물 건축·대수선 시 최대 2000만∼4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21년까지 총 30건의 붉은 벽돌 건물이 신·증축된 바 있다. 구는 뚝섬역 남측인 왕십리로4길 일대도 붉은 벽돌 밀집 지역으로 지정해 붉은 벽돌 건축물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성수동에는 국내 최초의 민관 상생협력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관한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이곳은 현재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또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116개로 둘러싸인 이색 공간으로서 연간 약 230만 명이 방문하는 성수동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정 구청장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힘을 합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더 깊게 고민하고 한발 앞선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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