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금액 클수록 감형 폭 커져
[KBS 창원] [앵커]
KBS는 공탁금이 실제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2심 판결문만 따로 분석했습니다.
대법원은 공탁 자체가 형량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공탁 금액이 많을수록 형량도 더 많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계속해서, 김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성범죄 사건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입니다.
얼마를 공탁해야 감형받을지, 이른바 '용서의 가격'을 묻는 글들이 자주 올라옵니다.
[안성훈/변호사/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 "합의가 안 되면 공탁, 공탁하면 어느 정도 감형을 받을 게 예측이 되니까 피고인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릴 수가 있는 거죠."]
KBS는 공탁금이 형량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항소심 판결문 320건만 더 상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법리 오해'와 '사실 오인' 외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가 이뤄져 '공탁'이 유리하게 고려된 사건입니다.
이 가운데 192건, 60%는 실제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었고, 38.1%는 형량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전체 공탁 금액은 46억 8천만 원, 줄어든 형기의 합계는 1,911개월이었습니다.
금액별로는 500만 원 이하일 때 평균 3.3개월, 500만 원 이상 천만 원 이하일 때 평균 4.1개월의 형기가 줄었습니다.
천만 원에서 1,500만 원 사이는 5.9개월, 1,500만 원에서 2천만 원 사이는 평균 9.1개월의 형기가 줄었습니다.
공탁금이 많을수록 감형 폭이 더 커진 경향이었습니다.
피해자 동의 없는 공탁들, 범죄 피해자의 실제 회복과 무관하게, '돈으로 형량을 사고팔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할 수도 있습니다.
[이탄희/국회 법제사법위원/더불어민주당 : "(억울하다고 하는) 피해자도 공탁하게 되면 그러면 형량을 올릴 수 있게 되느냐 (묻습니다.) 결국 형량이라고 하는 것을 '사고 팔 수 있다'는 관념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초입이다…."]
KBS의 이번 분석에 대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공탁 자체가 독립적 양형 인자가 아니고, 범죄별 공탁 금액에 따른 감형 기준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박수홍/데이터분석:정한진·채경진
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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