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잘못된 정보'마다 가짜뉴스 프레임 씌우면 정상적 취재 활동 위축"

노지민 기자 2023. 11. 1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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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52시간제 추진,'설문 끼워맞추기 해석''맹탕' 지적
KBS 박민 사장, 정부 비판적 프로그램 지우기...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대응 비판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고용노동부가 13일 주52시간제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전면 중단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적 대화 복귀 제안을 받아들여 관련 논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 주52시간제 추진 근거, 해석 엇갈려

▲2023년 11월14일 주요 9개 종합일간지(조간) 1면 모음

이번 노동부 발표는 앞서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모든 사업장 대상 연장 근로 단위 확대를 추진했던 3월 입법예고안에 비해 적용 범위가 줄었다. 그러나 연장 근로 단위를 확대하면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할 수 있기에 '주 69시간' 문을 열어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할 경우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설정하고,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등을 마련해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근로시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선 정부와 노동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에 대해 국민의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한 반면, 54.9%는 '업종 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며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 및 일반 국민 모두 동의한다는 응답이 비동의한다는 응답보다 많았다”고 했다. 노동부가 지난6월26일~8월31일 노동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일반국민 1215명 등 603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6일~8월31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실제 해당 조사에서 '추가 소득을 위해 연장 근로 의향이 있는지' 물은 답변에 대한 노동자 답변은 '아니오'가 과반(58.3%)으로 나타났고, 사업주 85.5%는 '최근 6개월간 현행 근로 시간 규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연장근로 늘리기' 끼워맞추려, 노동자·사업주 목소리 취사선택> 기사는 정부가 연장 근로 단위 개편이 필요한 업종으로 꼽은 제조업(55.3%), 건설업(28.7%)의 경우 주로 일을 할 수록 임금이 많아지는 시간급 체계이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3년 11월14일 조선일보(왼쪽)와 한겨레가 전날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한 그래프

노동부가 앞선 입법예고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 역풍을 감안해 '속도 조절'을 할 거란 전망도 있다. 경향신문 <정부, 여론 역풍에 '속도 조절' … 총선 전엔 강행 안 할 듯> 기사는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정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이 문제를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부가 기존 방안의 뼈대는 살려놓되 당분간 이 문제를 수면 아래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가 노동부 개편 방향에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노사정대화가 진행된다 해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노란 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노정 관계는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각 신문사 사설은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입장에 따라 요구 방향이 다르면서도, 공통적으로는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국민일보 사설('주69시간' 철회 수순…노동개혁, 탁상공론으로 안돼)은 “5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어 찬성'이라는 반응이 36%에 불과했고,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비율이 56%로 훨씬 많았다. 이달 8일 한국노총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60.5%로 찬성(36.2%)을 크게 웃돌았다다”며 “정부가 애당초 누구를 위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근로 시간 개편을 시도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부의 노동 개혁이 탁상공론에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 근로시간 개편안 사실상 폐기··· 현실 벗어난 개혁 교훈 삼길)은 “정부가 늦게라도 잘못된 '개혁' 방향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현장 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정책을 추진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이번에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며 “주 52시간제로 인한 어려움을 추가 인력 채용으로 대응했다는 비율이 36.6%에 이르는 점으로 볼 때, 근로 시간 늘리기가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국민 원치 않는데, 노동시간 유연화 기어이 추진하나)은 “특정 시기에 필요한 경우라면 현행법상으로도 탄력적 ·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 정부가 언급한 업종만 유연화를 허용하더라도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 사실상 정책을 재추진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게다가 '노사가 원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미조직 노동자가 대다수인 현실을 고려하면 사용자 일방이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 시간은 190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49시간이나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근로시간 개편' 8개월 끌다 노사정대화에 '맹탕안' 던진 정부)의 경우 “개편안을 마련한다면서 설문 조사를 하고, 조사 결과 근로 시간 유연화가 시급한 업종과 직종이 나왔는데도 구체적인 대상 업종과 연장 근로 관리 기간이 빠진 맹탕안을 노사정 대화에 떠넘긴 이유가 뭔가”라면서 “정부는 연금 개혁도 큰 소리치다 연금이 줄어들까 여론이 싸늘해지자 지난달 맹탕 개혁안을 내놓으며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고 했다. 반대 여론에 부닥칠 때마다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기 바쁘면서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했다.

KBS 박민 사장 취임 첫 날, '칼춤' 평가는

13일 취임한 박민 신임 KBS 사장의 취임 첫 날, KBS 메인뉴스를 비롯한 주요뉴스 앵커들이 전면 교체되고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등 주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하차를 강요 받아 사실상 폐지됐다. 2TV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편성에서 삭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편성규약, 단체협약, 방송법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12일엔 본부장, 센터장, 실국장, 부장급 등 72명 인사가 단행됐다. 관련 소식을 다룬 주요 신문들 기사 제목은 아래와 같다.

▲2023년 11월14일 국민일보 기사

경향신문 <취임하자마자 '칼 휘두른' 박민>
국민일보 <KBS '뉴스9' 앵커 교체·'더 라이브' 결방·주진우 하차>
동아일보 <KBS 박민 사장 “위기 원인 내부에... 재창조 수준 조직 통폐합”>
조선일보 <KBS 사장 취임 당일에 메인 뉴스 간판 다 교체>
중앙일보 <'편파 논란'주진우 하차시킨 박민, 오늘 KBS 혁신 회견>
한겨레 <KBS사장 취임 첫날, 정권비판 프로 날렸다>

KBS 사례를 비판적으로 다룬 매체는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한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다. 한겨레는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취임 첫날부터 그간 여권으로부터 '편파 방송'이라고 공격받아온 시사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편성에서 빠지고 출연진이 교체되는 등 한국방송 내부에서 제작 자율성 침해 및 부당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한국방송은 노사 단체협약(2022년)을 통해 '편성 · 제작 · 보도 책임자는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22조),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해야 한다'(31조) 등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방송법 역시 4조를 통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 2023년 11월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박민 KBS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반면 조선일보는 “편파 방송 논란을 빚어 온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KBS2 TV '더 라이브' 등에 대해선 진행자 교체와 편성 제외 조치가 취해졌다”고 표현했다. 국민일보는 인사 관련해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1노조) 관계자는 '과거 편향됐던 인사가 일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민 사장은 임명 직후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가짜뉴스'와 윤석열, 그리고 NYT

▲2023년 11월14일 경향신문 기사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언론이 최근 이를 다룬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인용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가짜뉴스 척결" 안 꺾는 대통령… 분열 낳는 '불변의 언론관'> 기사는 “언론 관련 인사와 정책을 두고 언론장악 비판이 계속되는데도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변하지 않았고 이는 갈등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일 대통령의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한국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의 언론관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 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로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법들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다룬법으로 정치권의 이사 추천 비율을 대폭 줄이는 게 골자다.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롭게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뉴욕타임스가 우려한 한국의 '가짜뉴스 척결' 논란)의 경우 뉴욕타임스가 13일자 인터내셔널판 1면에서 다 '서울이 검열 우려 속에 가짜 뉴스를 정조준하다(Seoul targets ' fake news' amid fears of censorship)' 기사의 주요 내용을 비중 있게 전했다. 중앙일보는 “사실을 고의로 조작· 왜곡하는 가짜 뉴스는 당연히 근절돼야 할 범죄다. 하지만 ' 잘못된 정보'마다 가짜 뉴스 프레임을 씌우고 고소·고발과 압수수색을 남발하면 정상적인 취재 활동은 당연히 위축된다”며 “지난달 방한한 뉴욕타임스 아서 슐츠버거 회장은 서울대 강연에서 가짜 뉴스란 용어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다만 이 신문은 “야당의 방송 3법 또한 야당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만들려는 꼼수란 지적을 받고 있을 뿐이다. 여야 모두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11월14일 중앙일보 사설

한겨레 사설(방심위 직원들도 “월권” 반발, '가짜뉴스 심의' 중단해야)은 방송통신심의위 '가짜뉴스 심의 전담센터'로 발령난 내부 직원들이 원 부서 복귀를 요청한 사례를 전하면서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원들 전원의 의견 표명까지 나왔으니 방심위가 가짜 뉴스 심의의 정당성을 아무리 강변해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 뉴스를 빌미로 언론을 침묵시키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 장악 시도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평판을 깎아 내리고 있다”며 “방심위의 가짜 뉴스 심의를 비롯해 시대역행적 언론 탄압을 멈추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나라를 민주국가로 부르기도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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