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실물 전격 공개' 롤렉스 시계, 왜 MVP 오지환은 "구광모 회장께 드리겠다" 기증 뜻 밝혔나
LG 트윈스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한국시리즈 전적을 4승 1패로 마무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LG는 1차전에서 클로저 고우석의 9회 난조로 경기를 내줬으나, 이후 내리 4경기를 가져가며 마침내 우승 대업을 달성했다. LG는 지난 1990년과 1994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29년 만에 구단 역사상 세 번째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KT는 지난 2021시즌 이후 2년 만에 구단 역사상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기자단 투표 결과,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은 오지환이 차지했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 총 93표 중 80표를 획득, 박동원(7표)과 박해민(4표), 유영찬, 문보경(이상 1표)을 제치고 한국시리즈 MVP 트로피 및 상금 1000만원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오지환이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MVP가 갖게 되는 롤렉스 명품 시계를 받게 됐다. 이미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롤렉스 명품 시계는 지난 2018년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자 LG 트윈스 초대 구단주가 1998년 해외 출장지에서 사 온 것이다. 당시 고 구본무 회장은 이 명품 시계를 동기 부여 차원에서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LG가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면서 명품 시계의 주인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그 이후 20년 넘게 LG 구단 대표이사 금고 안에 잠들어 있었는데, 이번에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롤렉스 시계는 MVP로 선정된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취재진과 공식기자회견에서 "아직 시계를 실물로 보지 못했는데 고민이 많다"면서 "그 시계가 MVP에게 주는 것이라고 해서 받겠지만,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라 제가 차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지환은 "개인적으로는 롤렉스 시계를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고 싶다. 저는 좀 더 다른 좋은 선물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그 시계는 LG 트윈스의 사료실에 놔뒀으면 좋겠고,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좋은 시계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오지환은 어린 시절부터 LG 트윈스의 오랜 팬이었다. 오지환은 그동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훈련 과정에서도 늘 롤렉스 시계보다는 우승을 향한 욕심을 더욱 내비쳤다. 특히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했다. 그동안 LG 트윈스는 이병규와 박용택, 이동현 등 LG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주장 완장을 달고 뛰었으나 우승을 해내지는 못했지만, 오지환은 주장으로서, 또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마침내 대업을 이뤄낸 주장이 됐다. 그리고 MVP까지 수상과 함께 롤렉스 시계를 손에 거머쥐었지만, 다시 한번 팀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오지환은 올 시즌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8(422타수 113안타) 8홈런 62타점 16도루 64볼넷 82삼진 장타율 0.396 출루율 0.371, OPS(출루율+장타율) 0.767의 성적을 올렸다. 무엇보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이끌며 공격과 수비 가리지 않고 맹활약했다.
오지환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돌아보면서 "KT 상대로 불펜을 봤을 때 속구를 결정구로 가진 투수가 많았다. 좌투수가 적어서 부담감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빠른 구종을 많이 노렸던 것 같다. 중간 투수들 빼놓고는 속구에 타이밍을 많이 가져가려고 했다. (김)현수 형이 지금부터는 아쉬운 선택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속구를 어이없게 흘려보내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속구 타이밍에 공격적으로 간 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적장인 이강철 KT 감독은 한국시리즈 도중 "좌투수가 없는 게 참으로 아쉽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오지환은 이번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 6득점 3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LG가 승리를 거둔 2, 3, 4, 5차전에서 34득점과 함께 49안타 8홈런을 몰아치며 막강한 화력을 뿜어냈는데 그 중심에는 '캡틴' 오지환이 있었다.
특히 오지환은 역대 단일 한국시리즈에서는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린 주인공이 됐다. 2차전에서는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추격의 솔로포를 친 뒤 3차전에서는 팀이 5-7로 뒤진 9회초 김재윤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이어 4차전에서는 7회 주권을 상대로 역시 스리런 아치를 쐐기포로 장식했다. 5경기에서 자신의 8타점 중 7타점이 홈런에서 나왔다. 단일 시리즈가 아닌 한국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은 2007~200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김재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당시 김재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 6차전부터 2008년 한국시리즈 1, 2차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물론 LG는 오지환을 비롯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과거 주장 완장을 찬 김현수도 있었다. 오지환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경험 많은 형들이 있었기에, 말로는 중압감을 안고 했지만, 형들이 많이 도와줬다. 어떤 의견을 이야기할 때 시즌 중에도 항상 도와줬다. 그래서 중압감이 적었다. 특정 기회에서 찬스를 어떻게 살릴까에 대해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모든 게 도전적이었다. (김)현수 형조차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자고 했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진짜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실수하더라도 상황에 대해 포기하지 않자고 했다. 생각 자체가 달라졌던 것 같다.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을 가릴 것 없이 정말 모두 잘해줬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 잘 풀렸다"고 이야기했다.
오지환은 "정말 오래 기다리신 것 같다. 정말 기쁘다. 많이 울컥한다. 선배들이 많이 생각난다. 같이 엔트리 30명 자체가, 우승팀의 일원으로서 많이 기억됐으면 한다. 염경엽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더욱 강팀으로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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