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광' 구광모 회장의 진심 "세계 최고 무적 LG 팬 여러분, 29년 만에 드디어"

김민경 기자 2023. 11. 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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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구광모 회장 ⓒ곽혜미 기자
▲ 소감을 말하는 구광모 LG 회장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세계 최고의 무적 LG 팬 여러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습니다."

구광모 LG 회장도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번쩍 들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잠실야구장 2만3750석을 가득 채운 여느 LG 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야구광'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LG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5차전에서 6-2로 이겼다. LG는 1차전 2-3 패배 이후 2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질주하면서 2023년 시즌의 주인공이 됐다. 2차전 5-4, 3차전 8-7, 4차전 15-4 승리에 이어 5차전까지 kt에 조금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LG는 구단 역대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창단 첫 우승은 1990년 백인천 감독 시절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4전 전승을 거뒀다. 2번째 우승은 1994년 이광환 감독 시절로 태평양 돌핀스를 만나 또 한번 4전 전승을 달성했다. 1990년과 1994년, 그리고 올해까지 3번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면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구광모 회장은 누구보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2018년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서 구단주로 취임한 구 회장은 지난 7일 kt와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날 처음으로 잠실야구장을 방문해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1차전 패배 이후 잠시 모습을 감췄던 구 회장은 LG가 2, 3차전 승리로 2승1패로 역전하자 4차전이 열린 수원 원정길에 함께했다. 그리고 우승을 확정한 이날까지 모두 3차례 현장 관람을 했다.

구광모 회장은 그라운드에서 선수단과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리다 마이크를 잡았다. 구 회장은 "너무나 감격스럽다. 세계 최고의 무적 LG 팬 여러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드디어 우승했다. 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먼저 팬들의 마음을 살폈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통합 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선수단을 향한 박수가 이어졌다. 구 회장은 "매 순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 준 자랑스러운 선수단과 스태프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축하드린다. 오늘(13일) 승리는 여기 있는 모든 분들과 LG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일궈낸 값진 승리다. 오늘 모두 다 같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 구광모 회장 ⓒ곽혜미 기자
▲ 메달 거는 구광모 LG 회장(왼쪽)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LG 트윈스를 응원하는 한 명의 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정성 있는 한마디를 외쳤다. 구 회장이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이라고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높이자 LG 팬들이 격한 환호로 화답했다.

구본무 선대 회장은 LG가 2번째로 우승한 1994년 시즌을 마치고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고가의 롤렉스 시계를 마련했다. 아와모리 소주는 'V3'를 달성하는 날의 축하주였고, 시계는 V3를 이끈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어질 선물이었다. 두 선물이 빛을 보기까지 무려 29년이 걸렸고, 구본무 선대 회장은 3번째 우승을 직접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구광모 회장은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받은지 5년 만에 약속을 지킨 구단주가 될 수 있었다.

▲ LG 롤렉스 ⓒ곽혜미 기자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면서 롤렉스 시계의 주인이 됐다. 하지만 오지환은 "보진 못했는데 고민이 많다. MVP한테 준다고 하면 받겠지만, 내가 차기는 부담스럽고 선대 회장님 유품이기도 하다. 일단 구광모 회장님께 드리고 더 좋은 선물을 받고 싶다. 롤렉스 시계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시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구광모 회장은 한국시리즈 기간 쌀쌀한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3번 모두 유광점퍼를 입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차림새부터 우승을 염원하는 마음까지 LG 팬 그 자체였다.

LG 팬들은 구광모 회장의 바람대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가 다 끝나고 2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에도 팬들은 잠실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선수단 주차장 근처에 모여 퇴근하는 선수들을 끝까지 기다리며 응원했고, 경기장 다른 한쪽에서는 스피커로 각종 응원가를 틀고 따라부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미 은퇴한 선수들은 물론이고, 선수 시절에는 LG에서 뛴 적이 없는 이종범 코치의 응원가까지 흘러 나왔다. 29년 한풀이는 그렇게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 LG 응원하는 구광모 회장 ⓒ 연합뉴스
▲ LG 관중 매진 응원 전경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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