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팬들도 싫어했던 LG 감독···염경엽, 이제 29년 저주 깨준 ‘우리 감독님’
염경엽 감독은 넥센 사령탑이었던 2014년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 팀을 최초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놨으나 당시 ‘왕조’였던 삼성에 2승4패를 해 6차전에서 우승을 내준 뒤 기자회견장에서 울고 말았다. 여러 감정이 섞였겠으나 우승을 놓친 아쉬움과 분함에 역대 사령탑 최초로, 왈칵 쏟아진 눈물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들어와 다시 말을 잇는 보기 드문 장면을 남겼다.
염경엽 감독의 승부욕은 끊임 없었던 실패에서 나왔다. 통산 타율 2할이 되지 않았고 기약 없는 미래에 가족을 위해 30대 초반 일찍이 접었던 선수 시절을 떠올리며 늘 “나는 실패한 선수였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최고’를 목표로 삼은 염경엽 감독은 선수 출신으로 코치와 현장 프런트를 거쳐 단장에 감독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넥센에서 눈물로 마감한 2014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다시 사령탑으로 현장 복귀한 SK에서는 2019년 시즌 내내 1위를 하다 최종일에 2위로 밀려났고, 플레이오프에서 전 소속 팀 키움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이듬해에는 팀이 9위로 추락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경기 도중 쓰러졌고 결국 시즌 중 건강 악화로 물러났다.
3년 만에, 다름 아닌 LG 사령탑으로 현장에 돌아오게 된 것은 거대한 도전이었다. 1994년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이광환 감독 이후, LG를 거쳐간 감독만 11명이었다. 일각에서는 비웃음도 샀다. 우승에 한이 맺힌 팀에 우승해본 적 없는 감독이 ‘우승청부사’라며 왔기 때문이다. “야구인생 마지막 도전”이라며 LG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치밀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2023년의 LG는 분명히 가장 좋은 전력을 갖춘 채로 염경엽 감독을 맞이했다. 그 중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대비하는 것이 사령탑의 몫이었다. 국내 선발 약점을 불펜으로 채우기 위해 마운드 자원을 1안, 2안, 3안 이상 준비해놓은 것은 정규시즌 여러 번의 고비를 넘고 선발이 약하다던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 동력이 됐다. 선발로 매번 실패해 FA 재수까지 했던 임찬규와 군 입대를 미루고 남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힘쓴 이정용, 시즌 내내 고전하다 가을야구에서 결정적으로 일어선 김윤식까지, 염경엽 감독의 ‘선택’이 만든 결과물이다.
염경엽 감독은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은 감독이었다. 몇 달 전만 해도 LG 팬들에게조차 인기 없는 감독이었다. LG 프런트로서 10여 년 전 직접 했던 트레이드 실패의 과거도 늘 따라다녔다. 도루 시도가 너무 많다는 외부의 공격적인 시선에는 LG 팬들조차 함께 했다.
평가는 결국 결과에 따른다. LG를 맡자마자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퇴근길에 한 시간 동안 줄지어선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줄 수 있을 정도의 인기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동안 아무도 못했던 29년의 저주를 깬 사령탑이 됐다. 프로야구 역대 1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사령탑 반열에 오르면서 드디어 1등, 야구인생의 한도 풀었다.
염경엽 감독은 “9년 전에는 정말 펑펑 울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눈물이 안 난다. 아까 잠깐 울고 말았다”고 웃으며 “LG 감독으로서 좋은 기회를 맞았고 동시에 사실 엄청난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실패했던 것들이 자양분이 되면서 이번 시즌을 치르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팬들이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 없이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우승이라는 절실함을 만들어줬고 그 절실함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함께 좋은 경기 펼쳐준 이강철 감독 선수단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부르는, 오랜 인연의 선배 이강철 감독이 지휘하는 상대 팀 KT를 향해 인사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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