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에겐 뼈아픈 실수… HK이노엔의 반전

최영찬 기자 2023. 11. 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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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콜마의 복덩이' HK이노엔③] 비주력 자회사서 이젠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편집자주]재무 건전성 위기에서 CJ제일제당이 매각한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났다. 꾸준한 연구개발의 산물인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을 앞세워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을 평정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HK이노엔의 실적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검진과 연말 모임 시즌인 4분기는 HK이노엔에겐 특수 시즌이다. 한국콜마의 품에서 성장세를 구가하는 HK이노엔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봤다.

자금 압박으로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매각해야 했던 CJ제일제당이 HK이노엔의 고속 성장에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CJ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바이오사업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CJ바이오사이언스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회자될 수밖에 없어서다. 사진은 CJ제일제당 본사.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컨디션 챙기셨나요" HK이노엔, '매출 8000억'도 거뜬
②'30호 신약' 케이캡, 세계 최대시장 '미국' 뚫는다
③CJ에겐 뼈아픈 실수… HK이노엔의 반전

HK이노엔의 승승장구에 웃지 못할 곳이 있다. 바로 CJ그룹. HK이노엔의 옛 이름은 CJ헬스케어로 CJ제일제당의 자회사였다. HK이노엔은 당시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이 1984년 인수한 유풍제약을 모태로 한다. 제일제당은 유풍제약을 제약사업부로 편입한 뒤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해 제약사업부문을 강화했고 2014년 물적분할을 통해 CJ헬스케어를 신설했다.



CJ에서는 비주력… '황금알 낳는 거위'로 탈바꿈


2018년 4월 한국콜마가 1조3100억원에 CJ헬스케어를 인수했다. 한국콜마는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사례가 많지 않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당시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은 CJ헬스케어를 품을 국내 제약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게 했다. CJ헬스케어는 같은 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국산 30호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고 이듬해인 2019년 3월부터 국내 출시했다.

CJ헬스케어 매각 당시 CJ제일제당은 자금 압박을 받았다. 국내 사료업체 코휘드, 중국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 미국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업체 메타볼릭스, 베트남 냉동식품사 까우제 등을 인수하면서 재무 부담이 컸다.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한 CJ헬스케어를 매각함으로써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쥐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2017년 9월 말 172.4%에서 CJ헬스케어 매각 후 147.7%로 낮아졌고 차입금 의존도도 42.4%에서 40%로 낮췄다.

그런 CJ헬스케어가 HK이노엔으로 소속과 사명을 변경한 뒤 국내에서만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자체 개발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가 됐다. 신약 개발역량을 내재한 것은 물론 연 매출 5000억원대를 올리던 CJ헬스케어 시절과 비교해 HK이노엔은 지난해 8465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 클럽' 가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적극 추진하며 '우물 안 개구리'에만 머물지 않을 기세여서 CJ제일제당을 비롯한 CJ그룹으로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케이캡 말고도 HK이노엔은 지난해 607억원의 매출을 올린 숙취해소음료 컨디션과 837억원의 매출을 낸 기초 및 영양수액사업도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두고 있다. 컨디션 매출은 2020년과 비교해 26.0%, 기초 및 영양수액사업 매출은 22.8% 성장했다.

신약 후보물질에는 야누스키나제-1(JAK-1)억제제 계열의 IN-115314(자가면역질환)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바르는 제형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임상 1상 시험 중이며 동물의약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물의약품용으로는 2024년 임상3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밖에 IN-114199(만성 변비치료제)는 비임상을 완료했고 EGFR저해제 계열의 IN-119873(항암제)는 후보물질 도출 연구 중이다.

인포그래픽은 HK이노엔과 CJ바이오사이언스 비교. /그래픽=이강준 기자


현시점서는 비교불가… HK이노엔 vs CJ바이오사이언스


CJ제일제당은 2021년 10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을 인수한 뒤 2022년 1월 회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꿔 신설회사로 출범시켰다. HK이노엔을 매각한 지 약 4년 만에 바이오사업에 재진입한 것이다. 합성신약 위주의 HK이노엔과 달리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차세대 바이오 영역을 선점해 강점인 식품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게 CJ제일제당의 목표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출범한 지 2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HK이노엔과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격차는 크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 8465억원, 영업이익 525억원을 올렸으며 지난 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2012억원에 이른다. 2021년 8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할 때 시가총액 1조7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케이캡을 포함한 의약품 사업과 컨디션·헛개수 등 HB&B(헬스·뷰티·음료사업)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업가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장밋빛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타깃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글로벌에서도 이제 신약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걸음마 단계여서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미국 리바이오틱스와 스위스 페링 바이오파마슈티컬이 공동개발한 직장 투여 방식의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리바이오타'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첫 번째 신약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지난 4월 FDA로부터 처음으로 먹는 제형의 마이크로바이옴 장질환 치료제 '보우스트'의 허가를 받았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41억원을 올렸고 3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이렇다 할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해 신약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은 모회사인 CJ제일제당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CJ바이오사이언스가 사용한 R&D 비용은 189억원으로 2021년(47억원)의 4배가 넘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R&D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 주주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456억원을 확보했는데 이 중 CJ제일제당이 절반이 넘는 240억원가량을 참여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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